일본 최초로 USDC(달러 스테이블코인)를 상장하고, 오사카 엑스포 공식 월렛을 구축한 주인공. SBI VC Trade에서 테크 헤드를 맡고있는 히데키 이케다 (Ikeda Hideki)를 토큰포스트가 단독으로 만났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의 뒷이야기부터 한일 크립토 시장의 미래까지, 현장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크립토 세계에 발을 들이다
Q. 암호화폐를 처음 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이 업계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되셨나요?
비트코인 자체는 2013~2014년경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금융기관에서 IT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블록체인에 대한 신뢰가 그리 높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수백 엔, 수천 엔이었던 비트코인이 수십만, 수백만 엔까지 오르는 성장 속도를 지켜보면서 '지금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계기로 2016년 처음으로 BTC를 직접 매수했습니다. 마침 일본 크립토 업계에서도 금융 출신 인재를 필요로 하던 시기였고, 제 경력이 딱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업계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SBI VC Trade에서의 10년
Q. SBI는 2017년 비교적 이른 단계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했습니다. 당시 시장에 진입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SBI 하면 역시 Ripple, XRP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SBI 그룹은 일찍부터 XRP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었고, 거기서 출발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용히 작게 시작했지만, 금융시장과 블록체인 시장이 함께 성장하면서 거래소의 역할도 '단순 자산 거래'에서 '투자', '장기 투자'로 진화해 나갔습니다. SBI 그룹은 처음부터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믿었고, XRP와의 관계도 탄탄하기 때문에 일본 기업 중에서는 가장 크립토 친화적인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Q. SBI VC Trade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원칙은 무엇인가요?
SBI 그룹은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거래소와는 조금 다릅니다. 고객 자산 보호와 금융 자산 형성을 일반 금융상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크립토가 언젠가 은행·증권 서비스와 연계될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운영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동시에 계좌 수를 늘리고 자산 형성을 도와야 하기 때문에, 렌딩과 스테이킹에 힘을 쏟았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무조건 쫓기보다는 '고객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자산으로 보이는가'를 항상 생각하며 일해야 했죠. 저는 기술자이기도 해서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정말 좋아하는데, 그 균형을 잡는 게 SBI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일본을 바꾸다
Q. SBI VC Trade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스테이블코인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금융청 설득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을 들려주실 수 있나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라이센스를 취득하기 위해서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을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이 성립하는가'였습니다.
신탁형 100% 보증 방식, JPYC 같은 자금이동업 방식, 그리고 USDC처럼 해외 자산을 담보로 하는 방식 등 스테이블코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을 처음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모두 신탁형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USDC도 취급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담보 자산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뒤 각 종류를 현행 법체계에 어떻게 대응시킬지 정리하고, 그 스펙을 기반으로 금융청과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블록체인 업계 사람들은 '왜 이런 시시한 논의를 하나'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새로운 법체계 안에 블록체인을 끼워 맞추는 작업은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기술팀, 운영팀, 컴플라이언스팀, 마케팅팀이 모두 얽혀 있어서 정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발 범위로 역산해서 '여기까지밖에 못 하니 이걸 기준으로 운영을 맞추자'는 방식으로 결국 마무리 지을 수 있었습니다.
Q. USDC 일본 상장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이 아닌 '전자화폐'로 취급되게 됐다는 점입니다. 전자화폐로 취급된다는 것은, 은행·증권 등 기존 금융과 연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핀테크가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에 일본에서 이것이 실현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이 규칙을 만들어 '규칙만 있으면 취급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니, 다른 나라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은행 주도 스테이블코인이 맞다
Q. 미국에서는 비금융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주도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본·한국의 은행 중심 모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저는 은행이 주도해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금융의 결제 구조에 블록체인을 통합하지 않으면, 결제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블록체인이든 웹이든 현금이든, 결제만 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비금융 기업이 이를 추진하면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깁니다. 반면 은행 시스템 안에서 논의하면, 은행이 가진 기능이 스테이블코인의 기능과 거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훨씬 빠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은행이 수수료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 비자나 마스터카드 같은 기존 카드사에 대한 경쟁력도 생깁니다. 결제 분야의 노하우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지금은 은행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은행들은 디지털 결제에 매우 적극적이라, 특히 아시아에서는 은행 주도 모델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크립토의 현재와 미래
Q.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일본의 암호화폐 에코시스템에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무엇인가요?
2016~17년 당시 일본은 비트코인 보유자가 매우 많았습니다. 그런데 마운트곡스 사건을 계기로 규제가 강화되고, 세제도 엄격해지면서 일본의 크립토 사용자 수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해외 시장이 크게 성장했죠. 하지만 일본은 이제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크립토를 운용할 수 있는가'로 시선을 바꿨습니다. 금융상품거래법 안에 블록체인을 포함시켜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DEX 등 혁신을 막지는 않는 균형을 찾고 있습니다.
앞으로 크립토는 투기나 투자 수단을 넘어 사회 인프라로서의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Web2 시대의 EC나 웹 결제가 블록체인으로 대체되어 가는 것은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Q. 일본의 암호화폐 규제 환경의 장단점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세제 문제가 먼저 나옵니다. 하지만 금상법 체계 안에 편입되면서 세율이 20~30% 수준으로 정리될 전망입니다. 스테이블코인 출시도 이루어졌고, 일본 메가뱅크도 이미 참여하고 있습니다.
DEX에 대해서도 일본은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규칙을 만든 안에서 DEX도 제대로 운영해 달라는 입장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막기보다는 규제로 커버하면서 장려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Q. 최근 한국에서는 거래소 신뢰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용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한국은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보안도 우수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최근 몇 건의 대형 사고가 이어지고 있죠.
일본도 과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강한 규제가 뒤따랐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이제 '사고 후 어떻게 대처하는가'로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크립토 업계에서 자주 쓰는 말이 있어요. '6개월이 지나면 다 잊는다'는 말입니다.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이제는 어지간한 사고로는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사고가 발생해도 비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마시고,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계속 믿어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갑 관리는 철저히 하십시오.
Q. 한국은 일본에 비해 크립토 열기가 훨씬 뜨겁다고 하셨는데, 그 차이를 어떻게 보시나요?
솔직히 한국이 부럽습니다(웃음). 압구정 같은 곳에서도 모두가 당연하게 크립토를 다루고 있잖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토큰의 창업자 중에 반드시 한국 분이 계십니다. 그만큼 안테나가 높고, 글로벌 크립토 커뮤니티와의 연결도 탄탄합니다.
일본은 크립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국내 커뮤니티가 아직 약한 편입니다. 다만 거래 볼륨과 계좌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죠.
지금 일본에서 주목할 프로젝트
Q. 현재 일본 크립토 커뮤니티에서 주목받는 프로젝트와, 올해 가장 빠르게 현실화될 분야는 어디라고 보시나요?
주목할 프로젝트로는 Astar JP, 솔라나 슈퍼팀 재팬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솔라나는 일본에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Jupiter도 그렇고, XRP 관련 프로젝트도 꾸준히 인기를 끌 것입니다. 이더리움도 일본에서 우호적인 코인이라 계속 지지받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엔화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일본 3대 메가뱅크가 공동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세 은행이 각각 담보 자금을 내놓기 때문에 엄청난 규모의 블록체인 풀이 형성됩니다. 글로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갑자기 거대한 풀이 등장하는 것이니, 그 자체만으로도 크게 주목받을 것입니다.
엔화 스테이블코인이 체인에 올라오면, 현재 거의 없다시피 한 은행 예금 이율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율에 민감한 일본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퍼지면 순식간에 확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은 B2B가 시장을 이끌고, 그 안에 블록체인이 사회적으로 실장되어 가는 방식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마치며 — 글로벌 크립토 커뮤니티에 전하는 말
"일본 크립토 유저는 세계에 비하면 수는 적습니다. 하지만 정말 열정적입니다. 일본인은 IP와 캐릭터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것은 끝까지 응원한다'는 오시카츠(推し活) 문화가 있습니다. 블록체인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아무리 인기가 없는 프로젝트라도, 반드시 어딘가에 일본인이 있습니다."
전 세계 크립토 커뮤니티 여러분, 일본 커뮤니티를 믿고 계속 정보를 발신해 주세요. 일본인도 글로벌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더 기여하기 쉬운 환경을 일본이 제공할 수 있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크립토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본과 한국이 협력해 나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더 좋은 크립토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 아닐까요?
[편집자 주] 본 인터뷰는 일본어 원문을 한국 독자를 위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