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이 양자 저항성 확보를 위한 명확한 일정을 제시하면서, 블록체인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부테린은 빠르게 발전 중인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화 시스템을 4년 이내에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네트워크가 시급히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열린 이더리움 개발자 행사 ‘데브커넥트(Devconnect)’에서 부테린은 개발자들에게 “3년 안에 양자 저항성 암호 방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미국의 2028년 대통령 선거 이전, 즉 4년 이내에 현재의 타원 곡선 암호 기술이 양자컴퓨터에 의해 뚫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경고 시점을 제시해 긴박감을 더했다.
타원 곡선 암호 기술은 현재 이더리움은 물론 비트코인(BTC) 등 대부분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사용하는 핵심 보안 메커니즘이다. 이 기술이 무력화될 경우, 개인 키 탈취, 위조 거래 생성, 네트워크 제어 등 다양한 악용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신뢰를 저해하고 사용자 자산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실제로 사이버 보안 전문업체 ‘솔리드 인텔(Solid Intel)’도 이번 경고에 힘을 실었다. 이들은 “해커가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손쉽게 공격할 수 있고, 피해는 걷잡을 수 없게 커질 것”이라며 경각심을 높였다. 보안 위협이 현실화된다면 탈중앙 금융(DeFi) 생태계 전반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이더리움이 업계 리더로서 양자 보안 전환을 선도할 수 있느냐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더리움이 그간의 기술 진보와 커뮤니티 기반을 감안할 때, 양자 내성 블록체인을 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기대도 나온다.
부테린은 앞서 2025년 9월 일본 개발자 회의에서도 “이더리움은 가장 안전하고 미래지향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라며, 보안성과 사용자 편의성 간 균형을 강조한 바 있다.
양자컴퓨터의 상용화 시기가 다가오면서, 지금은 모든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이 위협을 단순한 가능성이 아닌 곧 현실이 될 리스크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부테린의 경고는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선언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