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알피레저재단(XRPL Foundation) 저장소에 ‘AMM Swappable Curves’ 수정안이 올라오면서 XRP 레저(XRPL)의 유동성 구조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단일 곡선에 머물던 기존 자동화 마켓메이커(AMM)를 여러 곡선과 ‘집중형 유동성’까지 지원하는 형태로 확장해, 이더리움계 탈중앙화거래소(DEX) 수준의 구조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도입
26일 제출된 이번 제안은 ‘XLS Discussion #547’로 분류됐으며, 데니스 앵겔(@dangell7)과 로만 티프트(@RomThpt)가 공동 작성했다. 두 사람은 모두 XRP 레저 코드베이스에 꾸준히 참여해 온 개발자다. 현재는 초안 단계로, 깃허브 토론을 통해 커뮤니티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수정안은 2024년 도입된 XLS-30, 즉 XRP 레저의 최초 AMM 기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설계다.
핵심 내용
기존 XRP 레저 AMM은 ‘상수 곱’ 공식 하나만 사용했다. 이는 유니스왑 V2와 같은 방식으로, 유동성이 가격 전 구간에 고르게 퍼지는 구조다. 문제는 자본 효율이 낮다는 점이다. 실제로 거래가 몰리는 구간에 자금이 집중되지 않기 때문에, 유동성 공급자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제안서는 또 다른 한계로 ‘곡선의 경직성’을 지적한다. 변동성이 큰 거래쌍에는 상수 곱 모델이 적합하지만, 스테이블코인처럼 가격이 비슷하게 움직이는 자산에는 슬리피지(거래 미끄러짐)를 줄이는 스테이블스왑 구조가 더 유리하다. 반대로 자산 비중이 다른 거래쌍은 발란서식 가중치 모델이 더 잘 맞는다. 결국 모든 거래쌍을 하나의 모델로 묶는 것은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설명이다.
새로 도입될 구조
이번 수정안은 풀이 생성될 때 사용자가 곡선 유형을 선택하는 ‘플러그형’ 구조를 제안한다. 초기에는 3가지 방식이 포함된다.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곡선 0, 유니스왑 V3와 유사한 ‘집중형 유동성’을 지원하는 곡선 1, 그리고 커브 파이낸스 V1과 비슷한 스테이블스왑 곡선 2다.
여기에 더해 4번째 곡선인 ‘스마트 AMM’도 준비 중이다. 이는 웹어셈블리(WASM) 바이너리를 활용해 맞춤형 스왑 로직, 동적 수수료, 스왑 전후·입출금 전후에 작동하는 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제안서는 이 구조가 이미 개발 중인 XLS-100 스마트 에스크로의 실행 환경과도 닮아 있다고 설명한다. 즉, 같은 런타임 인프라를 여러 기능에 재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XRPL에 미칠 영향
이 제안이 채택되면 같은 자산쌍에 대해 서로 다른 곡선의 풀이 동시에 운영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기존 풀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XRP 레저의 결제 엔진은 이들 풀과 네이티브 오더북을 자동으로 오가며 가장 유리한 유동성을 선택하게 된다. 이용자나 기존 연동 시스템은 별도 수정 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 의미도 작지 않다. 이미 XRPL에는 20억달러 이상 규모의 토큰화 실물자산(RWA)이 올라와 있고, 월간 스테이블코인 전송액도 19억3000만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유니스왑 V3 수준의 집중형 유동성과 커브 파이낸스식 스테이블 풀까지 더해지면, XRPL은 기관용 온체인 유동성 인프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은행, 자산운용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XRPL을 활용하는 흐름도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마무리
이번 ‘AMM Swappable Curves’ 제안은 XRP 레저가 단순 결제망을 넘어 보다 정교한 디파이(DeFi) 인프라로 진화하려는 신호로 읽힌다. 초안 단계인 만큼 실제 반영까지는 검토와 조율이 필요하지만, 곡선 다양화와 ‘집중형 유동성’ 도입이 현실화되면 XRPL의 유동성 경쟁력은 지금보다 한층 높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