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연구진이 약 4240만 ETH가 묶인 검증자 예치 컨트랙트에 양자 저항성 서명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변경 초안을 제시했다. 현재 검증자 키가 의존하는 BLS 서명 체계를 장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초기 단계다.
검증자 예치 컨트랙트는 이더리움 검증자가 네트워크 합의에 참여하기 위해 ETH를 예치하는 핵심 장치다. 코인데스크는 이 초안이 여러 암호화 방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예치 구조를 다시 짜는 내용이라고 26일 전했다.
현재 이더리움 검증자는 BLS 서명을 쓴다. BLS 서명은 다수 검증자의 서명을 하나로 묶어 합의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대규모 검증자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데 쓰인다.
쟁점은 현행 예치 컨트랙트가 BLS 공개키와 서명 크기에 맞춰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연구진 초안은 예치 정보에 암호화 방식 식별값을 붙이고, 서로 다른 크기의 공개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존 BLS 방식은 식별값 0번으로 분류된다. 이후 양자 저항성 서명 방식이 정해지면 별도 식별값을 추가해 같은 예치 구조 안에서 함께 등록할 수 있게 하는 설계다.
이번 제안이 곧바로 이더리움을 양자 저항형 네트워크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새 컨트랙트는 미래 서명 방식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성격이 크고, 검증자가 새 서명을 어떻게 확인하고 집계할지는 별도 합의 계층 변경이 필요하다.
코인데스크는 26일 기준 이더리움에 약 4240만 ETH가 스테이킹돼 있으며, 가치는 약 104억 달러(약 14조3800억원)라고 전했다. 이 물량은 모두 현행 BLS 검증자 키에 의존한다.
스테이킹은 이용자가 ETH를 예치하고 검증자로 참여해 거래 검증과 블록 확정에 기여하는 구조다. 검증자 수와 예치 규모는 이더리움 보안 비용, 보상률, 네트워크 운용 부담과 함께 논의돼 왔다.
이더리움재단(Ethereum Foundation)은 공식 양자 저항성 설명에서 BLS 서명, ECDSA 계정 서명, KZG 데이터 가용성 약정, 일부 영지식 증명 체계를 양자 컴퓨팅에 취약할 수 있는 영역으로 제시했다. 재단은 현재 양자 하드웨어가 이더리움 암호를 즉시 깰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하면서도, 암호 체계 전환에는 긴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지가 앞서 전한 이더리움 양자 전환 논의에서도 합의 계층의 BLS 서명을 해시 기반 서명인 린XMSS(leanXMSS)로 바꾸는 방안이 연구 과제로 제시됐다. 이더리움재단의 공개 로드맵은 핵심 포스트퀀텀 인프라를 약 2029년까지 완성하는 목표를 제시하지만, 이는 확정된 하드포크 일정이 아니다.
이번 초안이 통과되면 BLS 예치는 당분간 유지되고, 새 암호화 방식은 나중에 함께 등록될 수 있다. 이후 별도 결정으로 신규 BLS 예치를 영구 중단하는 장치도 포함됐다.
다만 기존 BLS 검증자가 즉시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 전환 규칙과 클라이언트 구현, 보안 검토가 뒤따라야 하며 실제 적용 여부는 이더리움 거버넌스와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절차를 거쳐 결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