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 정부 소유 은행 라크뱅크(Rakbank)가 모바일 뱅킹 앱을 통해 개인 투자자 대상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하며, 현지 전통 금융권 최초로 암호화폐 브로커리지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이번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는 라크뱅크 계좌에 보유 중인 디르함(AED) 자금을 사용해 직접 암호화폐를 사고팔거나 교환할 수 있다.
이 같은 신사업은 유럽 기반 암호화폐 트레이딩 플랫폼 비트판다(Bitpanda)와의 협업을 통해 구현됐다. 비트판다는 현재 오스트리아 금융당국(FMA)과 유럽연합(EU) 내 패스포트 제도를 기반으로 10개국 이상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번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는 라크뱅크의 모바일 앱 내에서 원화 기준으로 자동 환전되지 않고 디르함으로만 이뤄지도록 설계됐으며,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포함한 주요 자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은행 시스템과 완전히 통합된 구조로, 사용자들은 별도의 암호화폐 거래소나 외부 지갑 이용 없이 은행 앱 내에서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일 아흐마드(Raheel Ahmed) 라크뱅크 그룹 CEO는 “이 서비스는 아랍에미리트 내 고객들에게 보다 효율적이고 매끄러운 암호화폐 거래 환경을 제공하며, 전적으로 규제를 따르는 디르함 기반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동 지역의 암호화폐 수요와, 정부 주도하에 투명하고 규제 친화적인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육성하려는 움직임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는 최근 몇 년간 암호화폐 허브로 부상하며 전 세계 주요 거래소들과 핀테크 기업들의 아시아 거점지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결합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중동 은행권 전체에 미칠 파급력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기존 고객 기반을 보유한 금융기관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적극 도입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