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벤처캐피털 안드리센 호로위츠(a16z)가 의회를 향해 암호화폐 규제 법안 초안을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해당 입법안이 오히려 투자자 보호를 약화하고 규제상의 허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a16z는 11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보내, 지난 7월 말 공개된 암호화폐 시장 구조 관련 논의 초안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초안은 '21세기 금융 혁신 및 기술법(CLARITY 법)'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초안은 암호화폐 규제 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새로운 자산 유형으로 분류된 보조 자산(ancillary assets) 개념을 중심 축으로 삼고 있다.
보조 자산은 투자 계약 하에 판매된 토큰으로, 의결권이나 배당금, 지분에 대한 권리 없이도 상품으로 취급될 수 있는 구조를 말한다. 그러나 a16z는 이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며, 법안의 기반으로 사용하기엔 충분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보조 자산 개념은 철저한 검토 없이 입법의 근간이 되어선 안 된다"고 언급하며, 법안이 도입될 경우 규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a16z는 이번 입법 논의가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직결된 문제임을 강조하며, 보다 체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혁신과 규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다 명확한 자산 정의와 적용 기준의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법안 초안을 주도한 의원들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인사들도 포함돼 있어, 오는 대선을 앞두고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 변화가 주목된다. 암호화폐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미국 내 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글로벌 규제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