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시장이 8월 초 단기 랠리 후 진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XRP 시장의 급격한 레버리지 청산이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최근 24시간 동안 XRP 파생상품 시장에서 기록된 7,676%의 청산 불균형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닌 구조적 위험 노출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파생상품 분석 플랫폼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2.61만 달러(약 3억 6,279만 원) 규모의 롱 포지션이 사라진 반면, 쇼트 포지션 청산 규모는 고작 34,130달러(약 4,743만 원)에 불과했다. 이러한 수치는 대다수의 투자자가 상승 방향에 과도하게 베팅했음을 의미하며, 해당 방향으로의 기대감이 실시간 매도세로 무너짐과 동시에 대규모 강제 청산을 유발한 셈이다.
이 여파로 XRP 가격은 2.94% 하락해 2.97달러(약 4,129원)까지 밀렸다. 이는 불과 몇 분 만에 3.04달러(약 4,222원)에서 지원선 여러 개를 무력화하며 떨어진 결과로, 1분봉 차트에서도 가파른 매도 압력이 뚜렷하게 포착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청산 불균형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쌍방 청산 흐름과 달리, XRP 쪽에서는 롱 포지션만 일방적으로 청산된 점이다. BTC와 ETH가 각각 4039만 달러(약 561억 원), 7076만 달러(약 984억 원) 규모의 청산이 있었던 반면, 양방향에서 청산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구조가 완전히 달랐다는 분석이다.
익명의 트레이더들은 "이는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XRP는 계속 오른다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이처럼 극단적인 베팅이 축적되면, 가격이 조금만 흔들려도 연쇄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시간 및 4시간 차트에서도 롱 포지션 청산은 연속적이며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이는 시장이 일시에 과열됐다는 신호로도 해석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에도 불구하고 XRP가 여전히 3달러 선 부근에서 지지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시적 조정 이후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지만, 시장은 과매수 구간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여전히 안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은 XRP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레버리지를 경계하라는 경고로 작용하는 동시에, 시장 구조 내 숨어 있는 취약성의 실체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XRP 상승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보다 균형 잡힌 포지션 정리와 시장의 전반적인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