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스페인 BBVA와 수탁 계약…“FTX 사태 이후 신뢰 회복 시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객 자산 신뢰 회복을 위해 스페인의 대형 은행 BBVA와 수탁 계약을 체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계약이 FTX 붕괴와 바이낸스 자체 규제 이슈 등으로 흔들린 중앙화 거래소(CEX) 신뢰를 복원하려는 조치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낸스 이용자들은 BBVA를 통해 자산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게 됐으며, 이 자산은 미국 국채 형태로 BBVA에 예치되는 구조다. 바이낸스는 이를 담보 자산으로 인정해 거래 마진으로 활용하며, 이는 거래 상대방 리스크를 줄이는 방식이다. FT는 이같은 구조가 예치 자산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은행이 보장하는 신뢰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은 바이낸스가 전통 금융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제도권 편입을 시도하고 있는 맥락에서 이뤄졌다. 바이낸스는 이미 스위스 소재 디지털 은행 사그넘(Sygnum), 플로우뱅크(FlowBank) 등과도 독립 수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FT는 “기관 투자자와 암호화폐 생태계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낸스는 이외에도 유럽연합(EEA)과 영국 이용자를 위한 암호화폐-현금 변환 서비스도 새롭게 론칭했다. 이는 마스터카드를 통해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원화 또는 유로화 등 현지 통화를 출금할 수 있도록 하며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금융 신뢰 회복 시도는 최근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르엑스(WazirX) 사건으로 다시금 주목받게 됐다. 와지르엑스는 과거 바이낸스와 밀접한 관계였지만, 최근 보안 침해 사고로 사용자 출금을 차단했고, 현재 그 책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바이낸스는 “와지르엑스 측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실망스럽다”고 공식 입장을 내고 거리두기에 나섰다.

이 같은 사태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전체 자산을 예치하는 구조의 한계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FTX 파산 역시 같은 양상으로 고객 수십만 명이 자산을 동결당한 바 있으며,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에 약 1억 7,500만 달러(약 2,428억 원)를 묶이기도 했다. 사용자 자산의 확보와 보호는 업계 전반의 존립 기반과 직결되는 만큼, 바이낸스의 이번 행보가 시장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FT는 BBVA가 다른 은행보다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갖고 있어, 이용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BBVA와 같은 전통 은행을 통해 운영되는 독립 수탁 구조는, 향후 중앙화 거래소가 제도권 금융과 협력하는 모델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