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지난 2024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4,200달러(약 5,838만 원)를 돌파하며 강세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개미 투자자의 기대와 기관의 대규모 매수, 공급량 증가가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시세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higher, #bullish 등 긍정적인 해시태그가 눈에 띄게 많아지며 낙관론이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이른바 ‘고래 주소’라 불리는 대규모 자금 세력도 이 상승 흐름에 힘을 보탰다. 블록체인 분석가 EmberCN은 지난 7월 10일부터 정체불명의 고래들이 약 1.035만 ETH를 매입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평균 매입가는 약 3,546달러(약 4,933만 원)로, 총 구매액은 약 41억 7,000만 달러(약 5조 7,963억 원)에 달한다. 매입은 거래소 및 기관 전용 플랫폼에서 이뤄졌으며, 일부는 미국 상장 기업 보유량으로 추정된다.
기관 투자는 이번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시장 심리의 주도권은 개인에게 있었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Santiment는 과도한 매수 기대감(FOMO)이 단기적인 조정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긍정적인 게시물은 부정적인 게시물의 두 배 이상을 차지하면서 균형이 무너진 상태다.
이번 이더리움 급등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유통량 증가가 꼽힌다.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이더리움의 순유통량은 2025년 8월 9일 기준 1억 2,100만 ETH로 사상 최대다. 이는 2022년 8월 22일 1억 2,000만 개를 돌파한 이후 약 3년 만에 기록한 새 이정표다. 네트워크는 하루 평균 2,500~3,000 ETH를 신규 발행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스테이킹을 통해 시장에서 잠기고 있다.
현재까지 발행된 ETH 총량은 약 1억 5,718만 개로 추산된다. 이 중 3,618만 개는 스테이킹 계약으로 잠겨 있고, 나머지 1억 2,100만 개가 시중에 유통 중이다. 신규 발행과 스테이킹 흡수라는 이중 메커니즘이 통화 공급을 조절하는 셈이다. 이더리움이 한때 강조했던 디플레이션 서사는 최근 희석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요 증가가 뒷받침될 경우 가격 안정성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더리움 급등에 대해 SNS를 통해 간접적 환호의 메시지를 남기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플랫폼을 통해 긍정적인 시장 흐름에 "미국도 준비돼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기며 친(親)크립토 입장을 다시금 나타냈다. 정치권의 분위기 변화 또한 시장에 장기적 추세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