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빅테크’ 떠나 스테이블코인주로 이동…서클·코인베이스 급부상

해외 주식에 투자하던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대형 기술주보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종목 등 가상자산 주식 매수에 더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의 상대적 강세와 환율 요인이 투자자금 흐름을 바꾸는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금융센터는 8월 11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6월 이후 국내 증시가 미국 등 해외 주요 증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원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 보유 비중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른바 ‘서학개미’라 불리는 해외 투자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상반기까지 평균 월 38억 달러에 달했지만, 5월부터는 순매도세로 전환됐다.

특히 투자자들은 과거처럼 미국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자금을 집행하는 대신, 최근에는 가상자산 산업과 관련된 종목으로 관심을 옮기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6월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이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기대감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의 상위 순매수 50개 종목 중 가상자산 관련 종목 비중은 1월까지만 해도 8.5% 수준이었지만, 6월에는 36.5%, 7월에도 31.4%로 대폭 확대됐다. 대표적으로 6월에는 USDC(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이 가장 많이 순매수된 종목 1위에 올랐다. 같은 달 상위 순매수 종목에는 코인베이스(가상자산 거래소), 비트마인(이더리움 보유 기업) 등도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 순매수의 중심이었던 미국의 빅테크주 7개(M7)의 투자 비중은 크게 줄었다. 이들 종목의 평균 순매수 규모는 1~4월에는 월평균 16억 8천만 달러에 달했으나, 5월에는 4억 4천만 달러로 떨어졌고, 7월에는 2억 6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6월에는 한국 증시의 상승률을 직접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MSCI 한국지수 3배 추종 ETF’가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되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는 해외 매수세 위축 배경으로 최근 미국의 관세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지목하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세가 예전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 패러다임이 기존의 성장주 중심에서 테마형 또는 단기 이슈 기반 투자로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에도 정책 변화나 환율 흐름, 국내외 자산 간 수익률 격차에 따라 자금의 방향성은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