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의 배당소득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해외로부터 받은 배당금이 국내에서 외국에 지급한 배당금보다 훨씬 많았다는 뜻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투자 확대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기준 배당소득수지는 약 105억 5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약 56억 1천만 달러)에 비해 무려 88.1% 증가한 수치다. 이는 1980년 국제수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큰 흑자 규모다. 배당소득수지는 2013년부터 오랫동안 적자를 이어오다 2021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5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흑자 폭이 급증한 배경에는 해외에서 벌어들인 배당금 수입이 크게 늘어난 점이 있다. 상반기 배당소득수입은 239억 5천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5%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기업이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해외 현지에 투자해 얻는 직접투자 부문에서는 115억 8천만 달러의 배당수입이 발생해,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어났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공장 등 생산기지를 해외로 확대하면서 현지에서 거둔 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증권투자 수입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얻는 증권투자 배당수입은 83억 7천만 달러로, 전년보다 23.3% 증가했다. 특히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잔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실제로 한국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1조 118억 달러에 달했고, 직접투자 잔액도 7천784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두 부문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로 지급한 배당은 줄어들면서 소득수지 개선에 더욱 기여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국내에서 지급한 배당은 총 134억 달러로, 작년보다 8.4% 감소했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에 직접 투자해 받는 배당금은 기업 실적 부진의 영향으로 줄어들었고, 주식 등의 증권투자 배당도 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 탓에 줄어든 투자 잔액이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산업 경쟁력 확대를 위한 해외 직접투자와 개인 투자자의 해외 금융상품 선호가 계속될 경우, 해외 배당수입 증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중 하나인 소득수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