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나랩스(Ethena Labs)의 스테이블코인 USDe가 출시 500일 만에 총 예치자산(TVL)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단 기간 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미국에서 제정된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GENIUS법’ 시행 이후 나타난 시장 구조의 급격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USDe는 탈중앙화 금융(DeFi) 기반 수익 시스템을 통해 이자 제한 규제를 우회함으로써 투자자 자본을 대거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GENIUS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1:1 준비금 보유와 소비자 보호 조항을 의무화하는 한편, 규제 대상 발행사의 이자 지급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따라 기존 USDC 등 중앙화 스테이블코인의 매력이 떨어졌고, 수익을 원하는 투자 자본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다.
에테나랩스는 GENIUS법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난 탈중앙화 구조를 활용해 USDe 보유자에게 여전히 수익을 제공할 수 있었고, 이 점이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에게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했다. CoinFund의 크리스 퍼킨스(Chris Perkins) 사장은 “이자 없는 스테이블코인은 본질적으로 가치가 감소하는 자산”이라며, “수익을 추구하는 유저가 DeFi 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간에 폭발적인 유동성을 끌어들이는 ‘DeFi 슈퍼사이클’을 촉발하는 계기도 됐다. 유명 트레이더 카스 아베(Cas Abbé)는 “규제는 중앙화 발행사의 손을 묶었고, 이에 따라 투자금은 수익이 남는 USDe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에테나랩스의 거버넌스 토큰 에테나(ENA)는 최근 한 달 새 두 배 이상 상승하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성장에 그치지 않고 해당 생태계 전반으로 자본 유입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규제로 인해 플레이어가 제한된 상황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인 DeFi 프로젝트들이 오히려 앞서 나가는 역설적 상황이다. USDe의 이번 기록은 단순한 성공 사례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규제와 탈중앙화 간의 새로운 균형점을 향해 이동하고 있음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