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의 평가 금액이 암호화폐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를 다시 찍었다. 가상 자산에 대한 간접 투자가 늘면서 미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특정 업종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8월 12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천377억 달러(약 190조5천억 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 초 1천90억 달러에서 약 22.7%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과 함께, 그 투자 방향이 디지털 자산 테마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통계를 통해 드러났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한 달(7월 14일~8월 13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 10개 종목 가운데 3곳이 가상 자산 관련 기업이라는 점이다. 1위는 암호화폐 채굴과 투자 사업을 영위하는 비트마인으로, 순매수 규모는 약 2억9천200만 달러에 달했다. 이어 샤프링크 게이밍과 대표적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각각 7위와 8위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이더리움 보유 및 활용 전략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국내에서 직접 가상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 등 금융 상품이 아직 허용되지 않은 현실도 미국 주식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특히 이더리움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 내 스테이블 코인(법정통화에 가치가 연동된 암호화폐)의 법제화 움직임은 이더리움의 시장 가치 상승 기대를 높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최근 올해 말까지 이더리움의 예상 가격을 7천500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반면 디지털 자산의 변동성과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무작정 추종하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일부 스테이블 코인이 이더리움이 아닌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등 경쟁 구도도 조심스럽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 주식시장도 투자 자금 유입 속에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7조8천억 원으로 한 주 전보다 소폭 증가했으며, 증시 상승 기대감을 반영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2조 원을 넘겼다. 단기 자금이 머무는 CMA 잔고는 86조8천억 원으로 크게 늘어난 반면, MMF(머니마켓펀드)는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규제 환경 변화와 미국 증시의 가상 자산 관련 기업 실적에 따라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 내에서의 가상 자산 상품 합법화 여부와 미국 내 디지털 경제 관련 정책 변화는 투자 방향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