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급량이 약 11조 7,000억 원에 육박하며 주목받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USDe가, 리플의 XRP를 새로운 담보 자산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발행사 에테나(Ethena)의 리스크 위원회가 최근 XRP를 담보 적격 자산으로 승인하면서, 이 조용했던 암호자산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에서 중대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자격 통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년간 XRP는 전통 금융 시스템, 특히 은행 간 결제망에서 역할을 기대받아온 자산이었지만, 실질적인 대규모 도입은 오랫동안 요원했다. 그러나 이제 XRP는 신흥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의 핵심 기초 자산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무대 뒤에서 조용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에테나 측은 담보 자산 적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의 미결제 약정(open interest) ▲하루 평균 1억 달러(약 1,390억 원) 이상의 거래량 ▲시장 가격에 충격을 주지 않고도 대규모 거래를 소화할 수 있는 오더북 깊이 등을 제시했다. 이러한 엄격한 요구 사항을 XRP가 충족했다는 사실은 시장 내에서 그 유동성과 안정성이 다시금 입증됐다는 뜻이다.
실제 XRP는 현재 약 1660억 달러(약 230조 7,400억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0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 이상의 거래량을 보이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스템의 담보 자산으로서 손색이 없는 수치다. 에테나의 USDe는 현 시점에도 매주 수백만 달러 단위로 신규 발행되며, 스테이킹 수익률은 약 9%에 달한다. 또한 현재까지 누적된 이자 수익은 약 5억 달러(약 6,950억 원)에 달하며, 그중 지난주만 해도 약 1,340만 달러(약 186억 원)가 지급됐다.
과거 XRP 보유자들은 주로 글로벌 은행 결제 인프라에서의 대규모 채택을 꿈꿨지만, 이제는 차세대 탈중앙 금융 신흥 인프라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XRP의 강점을 십분 살릴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실제로 과거 대형 은행이나 송금 회사를 대상으로 한 사용자 확장은 여러 규제의 벽에 부딪혔지만, 탈중앙 생태계에서는 XRP의 유동성과 시장 깊이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향후 XRP가 에테나 USDe 생태계에 정식 추가될 경우, 이는 전통 금융을 벗어난 고유 기능을 확보한 첫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동시에 XRP가 스테이블코인 및 탈중앙 금융 시장 전반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제 눈길은 에테나의 최종 결정과, XRP의 스테이블코인 담보 현실화 여부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