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은 오랜 기간 비트코인(BTC)의 대체 투자자산으로 평가돼 왔지만, 최근 펀드스트랫(Fundstrat)의 공동 창립자인 톰 리(Tom Lee)가 주도하는 비트마인(Bitmine Immersion)의 전략은 ETH에 대한 신뢰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880억 달러(약 122조 3,200억 원)에 이르는 매수 전략은 단순한 트렌드 추종이 아니라, 체계적인 금융 인프라 투자라는 분석이다.
이더리움 연구자로 잘 알려진 아드리아노 페리아(Adriano Feria)는 X(구 트위터)를 통해 비트마인의 ETH 집중 투자 배경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스테이블코인, 자산 토큰화, 디파이의 ‘기본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며 전통 금융기관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금융 인터넷(Internet of Finance)로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암호화폐로서의 기능을 넘어서, 금융 생태계의 핵심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ETH는 더 이상 대체불가능토큰(DAT) 정도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페리아는 강조했다. 기업들의 재무 전략에는 이제 BTC가 아닌 ETH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이미 자산 배분에 나선 기관들의 이더리움 신뢰도를 방증하는 현실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어 “누가 자산을 위탁 관리하고, 누가 실제 자본을 집행하는가를 보라”며 ETH를 중심으로 한 산업 흐름의 변화를 지적했다.
이더리움이 직면한 기술적·정치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일관된 성과를 보여준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페리아는 "수많은 내부자 비판과 '노코이너(no-coiner)'들의 공격 속에서도 이더리움은 기술과 재무 양면에서 눈부신 진전을 이어왔다"고 평가했다.
비트마인 임머전은 이같은 배경에서 지난 1주일 동안만 무려 22억 달러(약 3조 580억 원) 규모의 ETH를 추가로 매수해 ETH 보유고를 총 88억 달러(약 12조 2,320억 원)까지 확대하며 이더리움 재단보다도 많은 물량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비트마인이 세계 최대 규모의 이더리움 기업금고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지 하나의 투자 판단 그 이상이다. 기관 투자자들의 장기 자산 전략에서 ETH가 가진 위상이 과거 BTC의 독점적 위치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톰 리의 선택이 우발적이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하다. 이더리움은 이미 전 세계 금융 혁신의 기축자산으로 자리 잡았으며, 그 중심에는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결합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