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이 지난주 7일 연속 자금 유출을 기록하며 투자자들 사이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9억 1,200만 달러(약 1조 2,677억 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주간 전체 유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이는 다양한 상장지수상품(ETP) 발행사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 달간 누적됐던 유입분마저 지워버렸지만, 연초 이후 기준으로는 여전히 112억 달러(약 15조 5,680억 원)의 순유입이 유지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으로 보면 투자 흐름은 극명히 갈렸다. 주간 기준 전체 가상자산 투자 상품에서는 3억 5,200만 달러(약 4,893억 원)의 자금이 이탈했으며, 거래량 역시 전주 대비 27% 감소해 단기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누적 순유입액은 352억 달러(약 48조 9,280억 원)로, 지난해 전체 유입규모를 연환산 기준으로 4.2% 앞지르며 장기적 낙관론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비트코인(BTC)의 강력한 회복력이다. 지난주 비트코인은 총 5억 2,400만 달러(약 7,284억 원)의 순유입을 기록하며 여전히 기관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선택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이더리움의 연속 유출은 투자자 사이에서 상대적인 불안감을 반영하는 결과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리밸런싱 외에도,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미국 고용 지표 둔화 등이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Currency.com의 글로벌 CEO 콘스탄틴 아니시모프(Konstantin Anissimov)는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비트코인은 ‘안정적 자산’, 이더리움은 ‘고위험 자산’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위험 회피 움직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더리움의 내재적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스테이킹, 디파이 활동, 네트워크 건강성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이번 유출은 시기적 특성에 따른 조정일뿐, 펀더멘탈 자체가 무너진 현상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거시환경 개선과 함께 이르면 4분기쯤에는 자금 유입이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솔라나(SOL)와 XRP는 긍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솔라나는 21주 연속 유입을 기록하며 총 11억 6,000만 달러(약 1조 6,124억 원), XRP는 12억 2,000만 달러(약 1조 6,958억 원)의 누적 유입으로 해당 기간 가장 강한 신뢰를 받은 알트코인으로 부상했다. 이 밖에도 체인링크(LINK), 수이(SUI), 크로노스(CRO) 등이 각각 100만 달러(약 14억 원), 60만 달러(약 8억 원), 30만 달러(약 4억 원)의 유입을 기록했다.
지역별 유출입 편차도 뚜렷했다. 미국에서는 무려 4억 4,000만 달러(약 6,116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가장 큰 규모의 유출이 발생했으며, 스웨덴과 스위스도 각각 1,350만 달러(약 188억 원), 270만 달러(약 38억 원)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반면 독일은 8,510만 달러(약 1,182억 원)의 순유입으로 유럽 내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으며, 홍콩(810만 달러, 약 113억 원), 캐나다(410만 달러, 약 57억 원), 브라질(350만 달러, 약 49억 원), 호주(210만 달러, 약 29억 원) 등에서도 소폭이지만 꾸준한 자금 유입이 이어졌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의 투자 방향성은 여전히 뚜렷하게 나뉘고 있다. 비트코인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의 피난처로, 솔라나와 XRP는 알트코인 중 신뢰도가 가장 높은 자산군으로, 여전히 선택을 받고 있다. 반면, 이더리움은 견고한 체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단기적 불확실성에는 쉽게 흔들리는 민감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자금 흐름은 향후 시장 심리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