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의 대규모 롱 포지션 청산이 시장에 다시 충격을 던졌지만, 지난 8월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 약 4억 6,700만 달러(약 6,481억 원) 규모의 청산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하락장을 주도하는 세력의 손에 지배권이 넘어갔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8월에도 이더리움은 약 4억 4,400만 달러(약 6,172억 원) 규모의 대규모 청산을 겪었지만, 당시 시장은 매수세가 우위인 구조였고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누적된 상황이었다. 당시 펀딩비는 +0.013을 기록하며 긍정적인 방향성을 보였고, 이더리움 가격은 EMA 20, SMA 50, AVWAP 등 주요 기술 지표 위에서 마감되며 추세 유지에 성공했다. 이는 청산이 오히려 시장을 리셋하며 건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게 한 계기로 작용했다.
반면, 이번 9월 22일 발생한 청산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청산금액은 더 컸지만, 시장 구조 자체가 매도세 중심으로 변했다는 점이 다르다. 오픈이자(Open Interest)는 273억 달러(약 37조 9,470억 원)로 낮아졌고, 펀딩비는 -0.0020으로 전환되며 숏 포지션 확대가 감지됐다. 이후 이더리움은 EMA 20, SMA 50, AVWAP 등 주요 지지선 아래로 밀리며 기술적 신뢰지대를 상실했다.
온체인 분석업체 크립토퀀트(CryptoQuant)는 이를 두고 "같은 청산 규모라도 시장의 지배세력에 따라 그 영향은 본질적으로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즉, 상승장에서의 청산은 일시적 조정이지만, 하락장이 주도하는 환경에서는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더리움은 한때 4,000달러 아래로 밀린 뒤 소폭 반등했지만, 심리적 지지선이 계속해서 약화되는 양상이다. 분석가들은 이더리움이 향후 3,500달러(약 4,865만 원) 수준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으며, 중간 지지선은 3,800달러~3,900달러(각각 약 5,282만 원~5,421만 원)에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Sykodelic'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분석가는 현재 시장이 과매도 구간에 들어선 만큼 기술적 반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모든 지표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일부 고래 투자자들이 가격 하락을 기회로 삼아 매집에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거래소 보유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이더리움 청산 사태는 단기간의 가격 충격 그 이상이다. 단순 비교로는 8월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시장 구조의 변화와 심리적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하락은 더 깊고 장기적인 조정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