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상자산 시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 변화와 시장 이벤트로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암호화폐 산업은 정치적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제도권 편입과 탈중앙화 간 충돌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올해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실크로드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사면했다. 이는 가상자산 커뮤니티와의 공약 이행이자,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였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SEC에 친가상자산 성향 의장을 임명하고, 은행 규제기관의 디파이 탄압 조치로 알려진 ‘오퍼레이션 초크포인트 2.0’을 중단시켰다.
3월에는 바이든 시절 도입된 디파이 사용자 인증 규제를 미국 상원이 폐지하면서 프라이버시 중심의 업계 요구가 반영됐다. 이 규제안은 디파이 운영자에게 전통 금융 수준의 고객확인을 요구해 논란이 컸지만, 트럼프 하에서 전격 폐기되었다. 이는 트럼프 집권 후 첫 가상자산 입법 사례가 되었다.
미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삼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비트코인 20만 개를 보유한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미국 비트코인 전략 부서’를 신설하는 행정명령을 3월 내렸다. 상원에서는 5년간 100만 개의 BTC를 매입하는 법안 초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기조는 정부 차원의 디지털 자산 축적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테이블코인 역시 제도권 편입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7월 미 하원은 스테이블코인을 전국적으로 규율하는 ‘GENIUS 법안’을 통과시켰다. 시장 구조를 명확히 정의하는 ‘Clarity 법안’ 역시 하원을 통과해 상원 통과를 대기 중이다. 이는 가상자산 산업이 불확실성을 줄이고 규제 측면에서 안정을 도모하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3만 달러에 근접하면서, 초창기 고래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었다. 활동이 없던 오래된 주소에서 비트코인이 이동되더니, 갤럭시 디지털은 사토시 시절 투자자를 대신해 약 8만 BTC(90억 달러 상당)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매도였지만, 시장은 이를 소화하며 향상된 유동성을 입증했다.
기업 차원의 BTC 보유도 확대됐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 Strategy(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전환사채와 영업 현금 흐름을 통해 2025년 내내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해 갔다. 7월 기준 보유량은 총 671,268 BTC로, 전체 발행량의 3%를 초과했다. 이는 비트코인을 기업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는 트렌드에 형성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수년간 지속된 리플(XRP) 소송도 마무리되어, SEC와의 경계가 명확해졌다. 리플 측은 정치 환경 변화가 규제를 실용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소송 종료 직전 크리스 라슨의 대규모 XRP 이체가 확인되며 관심을 모았다.
ETF 인가 절차도 크게 간소화됐다. 9월 SEC는 가상자산 ETF 상장 심사 기간을 240일에서 75일로 단축하는 안을 승인했고, 이후 솔라나·XRP·라이트코인 현물 ETF가 시장에 연달아 출시됐다. 이는 전통 자본이 디지털 자산에 쉽게 접근하는 경로를 확대시켰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10월 10일,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6천 달러에서 급락하며 하루만에 선물시장 포지션 약 200억 달러 규모가 청산됐다. 미국의 관세 정책 뉴스가 방아쇠가 되었고, 과도한 레버리지와 자동청산 시스템의 취약점이 노출된 사건이었다.
2025년은 가상자산 시장이 규제와 기업 참여 측면에서는 성과를 이뤘지만, 내부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준 해였다. 성숙한 제도 틀 위에서 탈중앙화와 금융 혁신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는 2026년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시험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