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움직임이 없었던 초기 비트코인(BTC) 지갑이 최근 약 400.08 BTC(약 615억 원)를 새 주소로 이체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비트코인 초창기 시절 채굴된 코인이란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상당하다.
이번 이체는 9월 29일 새벽, 온체인 분석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을 통해 확인됐다. 해당 지갑은 무려 12년간 활동이 없었으며, 이번에 이체된 코인은 15년 전 채굴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활성 지갑의 움직임을 단순한 투자 차익 실현보다는 전략적 재배치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분석가들은 이번 사례를 “비트코인이 지닌 장기적 시간 가치의 상기”라고 평가하며, 단기간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는 비트코인 초기 보유자들의 특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 지갑 주인이 자고 일어나 보유 코인의 가치가 세대를 아우를 만큼 불어났다는 점을 농담 삼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오래된 비트코인 지갑의 깨어남은 최근 들어 더 자주 포착되고 있다. 올해 7월에도 지난 14년간 잠들어 있던 두 개의 지갑이 거의 동시에 움직이며 총 2만 BTC를 이체한 바 있다. 당시 각 지갑은 1만 BTC씩, 약 3조 5,540억 원 상당을 단 30분 간격으로 전송했으며, 이들 코인은 2011년 4월 단 0.78달러(약 1,100원) 수준에서 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비트코인이 최근 최고가를 경신했던 여름 시즌에도 사토시 시대 지갑에서 대규모 이동이 포착됐다. 갤럭시디지털이 이 시기 8만 BTC 이상을 매각하면서 약 12조 5,520억 원 규모의 거래가 체결된 것도 대표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 11일에도 약 444 BTC(약 682억 원)를 보유한 또 다른 지갑이 거의 13년 만에 다시 활동을 재개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사토시 시대의 장기 보유 지갑들이 하나둘씩 잠에서 깨면서 시장은 언제든 예기치 않은 매도 압력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의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초기 투자자들의 행보는 향후 시장 전개에 중요한 지표로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