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 거래 규모, 사업자의 수익성이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은 2025년 6월 말 기준 국내 25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95조1천억 원으로 작년 말보다 14조4천억 원, 즉 약 1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중동 지역 등의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주춤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체 가상자산 거래 규모 역시 줄어든 모습이다. 국내 거래소를 기준으로 상반기 총 거래규모는 1천160조 원으로 집계돼, 작년 말의 1천345조 원보다 14% 감소했다. 일평균 거래금액도 6조4천억 원으로 1조 원 가까이 줄었다. 이는 시장 침체와 더불어 활발한 거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일부 거래소에서 운영되는 코인마켓(비트코인을 기준화폐로 사용하는 거래시장)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오히려 3배 가까이 증가했는데, 거래방식 다변화와 일부 종목 중심의 거래 수요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이익 또한 감소했다. 상반기 총 영업이익은 6천185억 원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17% 줄었다. 원화마켓에서 6천360억 원의 이익이 발생한 반면, 코인마켓은 17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양극화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사업자의 자본비율은 전반적으로 개선돼, 작년 말 36.5%에서 49.3%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익성은 줄었으나 위험관리나 자본 건전성 관리에는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는 의미다.
시장 참여자 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6월 말 기준 등록된 가상자산 거래 계정 수는 2천444만 개로, 작년 말보다 140만 개 늘었다. 거래 이용자 수는 1천77만 명으로 역시 증가했으며, 이용자의 70%는 50만 원 이하의 소액을 보유하고 있었다. 1천만 원 이상 보유자 비중은 10%로 하락했고, 1억 원 이상 보유자도 1.7%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투자자 중 고액 보유자 비중이 줄고 중소 투자자 비중이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신규 코인 상장은 꾸준히 이뤄졌다. 상반기 중 신규 상장은 232건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83%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상장폐지는 58건이었다. 거래되는 가상자산 개수는 1천538개로 늘었고, 국내 특정 거래소에서만 취급되는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279종으로 집계됐다. 특히 단독상장 자산 중 86종은 한국인이 발행했거나 국내 중심으로 거래되는 ‘국내산 코인’으로 분류됐다.
이 같은 흐름은 가상자산 시장의 불안정성과 구조적 한계를 함께 반영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자산 특성상 당분간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고강도 규제 및 시장 정비 노력과 함께 점차 체계화되는 추세도 관찰된다. 다만, 투자자 수가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 안정화 여부는 개인 투자자 보호와 제도 개선 추진의 속도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