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은 매번 반감기 이후 새로운 최고가를 기록해왔지만, 그만큼의 수익률은 매번 줄어들고 있다. 기록 경신이 계속되면서도, 예전만큼의 ‘폭발적 상승’은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코인게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의 반감기 이후 수익률이 2차 반감기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12년 1차 반감기 이후 블록 보상이 25BTC에서 시작해 현재 3.125BTC로 축소되며 채굴 난이도가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비트코인 공급 감소는 희소성 강화와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장기적 수익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실제로 2017년 2차 반감기 주기에서 비트코인은 약 29배 상승했으나, 2021년에는 6.7배로 줄었고, 2025년 현재는 불과 93.1%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략 1.9배 상승에 해당한다. 특히 이번 사이클에서는 4차 반감기 직전인 2024년 3월에 이미 7만 3,400달러(약 1억 200만 원)를 돌파하며, 반감기 이후가 아닌 이전이 강세장의 정점이었던 이례적 흐름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다. 2025년 10월 기준, 전 세계 상장기업 약 200곳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04만 61BTC로, 전체 공급량의 약 5%에 해당한다. 그중 전략비트코인(Strategy)는 64만 31BTC를 보유해 기업 보유분의 63.2%를 차지하고 있다. 전략비트코인은 9월 2일에도 4,048BTC(약 962억 원)를 추가 매입했다.
주요 기업들의 비트코인 도입도 눈에 띈다. 테더와 비트파이넥스, 칸토 피츠제럴드, 소프트뱅크가 후원한 ‘트웬티원(21)’은 5월 이후 4만 3,514BTC를 매입해, 세 번째로 많은 보유 기업으로 부상했다. 미국 헬스케어 회사 ‘카인들리MD(KindlyMD)’는 나카모토 BTC 홀딩스와 합병하면서 5,765BTC, 약 1,371억 원 상당을 추가 확보했으며, 향후 50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 규모의 자금 유치를 예고했다. 일본의 메타플래닛, 유럽의 트레저리BV 등도 활발한 트레저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중 트레저리BV는 1억 4,700만 달러(약 2,046억 원)를 조달해 1,000BTC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기초 체력’ 또한 강화되고 있다. 1년 전 670만 TH/s였던 해시레이트는 최근 1.266ZH/s로 무려 88% 증가했다. 이는 개인 채굴자부터 대형 채굴 기업까지 네트워크 참여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채굴 산업에서도 두드러진다. 트럼프 대통령 시기부터 이어진 정책 기조와 탈중국 공급망 전략에 따라, 비트메인(Bitmain), 캐넌(Canaan), 마이크로BT(MicroBT) 등 중국 장비업체들이 미국으로 진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채굴업체들은 생태계를 확장하며 에너지 변환 전략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마라톤, 클린스파크, 하이브, 헛8 등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채굴 시설 투자를 확대 중이다. 최근 에릭 트럼프가 공동 설립한 ‘아메리칸 비트코인 코퍼레이션(American Bitcoin Corp)’은 나스닥에 상장되며 미국 내 비트코인 산업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반감기 이후 수익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여전히 기관투자자와 상장기업, 글로벌 채굴 산업의 신뢰 기반 위에서 안정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트코인의 역사적 흐름이 예전만 같지 않더라도, 그 기반은 여전히 단단히 다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