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한때 회계 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BTC)을 외면하던 모습과 달리, 현재는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회장이 이끄는 스트래티지(Strategy)의 매서운 ‘디지털 금’ 축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번 주 사상 최고치인 12만 6,000달러(약 1억 7,514만 원)를 돌파하면서, 스트래티지의 보유량은 이들 빅테크의 현금 보유액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비트코인은 최근 공급 제한성과 네트워크 보안성,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달러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라는 성격이 부각되며 다시 한 번 '디지털 골드'로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서의 서사는, 금과 유사한 안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제도권 자금이 몰리는 영역은 비트코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컨티넨털익스체인지(ICE)는 탈중앙화 예측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에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를 투자하며 기업 가치를 약 90억 달러(약 12조 5,100억 원)로 평가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의 실시간 이벤트 예측 시장과 전통 금융 간의 융합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분야의 대표주자 테더(USDT)는 AI 전문 기업 리졸브AI(Rezolve AI)의 행보를 통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리졸브AI는 최근 스마트페이(Smartpay)라는 핀테크 플랫폼을 인수했는데, 이 플랫폼은 지난해에만 미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의 USDT 결제를 처리한 바 있다. 이 거래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서 얼마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반영한다. 특히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이 현실 경제에서 실효성 있는 결제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주 크립토 시장 흐름은, 기관투자자들이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실제 시장 참여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디지털 자산, 탈중앙화 예측시장, 스테이블코인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도권의 본격적인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암호화폐 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한편, 스트래티지가 보유한 약 64만 개의 비트코인 가치는 이번 주 잠시 800억 달러(약 11조 1,200억 원)를 돌파하며, 아마존($AMZN), 마이크로소프트($MSFT), 구글 모회사 알파벳($GOOG)의 현금 및 등가물 보유액인 950억~970억 달러(약 13조 2,000억~13조 4,830억 원)에 근접했다. 이는 스트래티지가 글로벌 기업 상위권에 속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미국 달러는 최근 50년 내 최악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비트코인과 같은 대체 자산에 대한 기관의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기적인 시세 급등을 넘어, 암호화폐가 새로운 글로벌 자산 질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