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몰아친 급등락에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XRP와 XRP 원장(XRPL)이 단단한 버티기 시험대에 올랐다. 시장 전반에 걸친 극심한 변동성은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지만, XRP 원장 검증인들과 리플의 스테이블 코인 RLUSD는 비교적 차분한 대응을 보였다. 이들은 “XRP는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며 이번 충격에도 불구하고 XRP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난 금요일,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XRP 등 주요 암호화폐가 전례 없는 매도 압박에 직면하면서 시장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XRP는 하루 만에 무려 42% 하락하며,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XRP 가격은 장중 한때 2.83달러(약 3,935원)에서 1.77달러(약 2,460원)까지 밀리며, 지난 4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이 하락 이전에도 XRP는 10월 초 3.10달러(약 4,309원)의 고점을 기록한 이후 서서히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급격한 하락세는 기술적 신호로도 감지됐다. 단기간 차트에서 잇달아 ‘데스 크로스’가 발생하며 약세 전환을 예고했고, 실제로 약세 심리는 금요일 장에 집중 매도세로 표출됐다. 이에 대한 코인 시장의 반응도 격렬했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24시간 사이 총 193억 8,000만 달러(약 26조 9,482억 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이 중 비트코인이 53억 8,000만 달러(약 7조 4,082억 원)를 차지했으며, 알트코인 관련 청산만 해도 140억 달러(약 19조 4,600억 원)에 달했다.

그 여파로 XRP는 시총 순위에서도 밀려 현재 5위에 머물고 있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XRP는 2.44달러(약 3,392원)로, 24시간 동안 14%, 주간 기준으로 19% 하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은 1,467억 3,000만 달러(약 204조 8,470억 원) 수준이다.

그러나 XRP 원장 네트워크의 검증인 ‘Vet’는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XRP와 XRP 원장은 어디에도 가지 않는다”며, 이번과 같은 변동성은 블록체인 여정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존해온 XRP 원장에 대한 신뢰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리플이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인 RLUSD는 이번 사태 속에서도 USD 페깅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며 첫 시장 스트레스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했다. RLUSD는 2024년 12월 출시 이후 처음 맞이한 극단적 시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가격 범위를 유지해 주목받았다. 한편, 에테나(ENA)의 USDE, BNSOL, WBETH 등은 가격 페깅이 무너지며 반대매매(강제 청산)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베이스 이사 코너 그로건(Conor Grogan)도 이번 시장 혼란에 대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알트코인 플래시 크래시였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이번 사건이 시장 구조상 취약점과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환경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XRP와 같은 주요 자산의 내구성, 그리고 분산 원장의 리스크 흡수 능력에 대한 시험이 이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눈높이 또한 점차 기술 기반의 신뢰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극단의 변동성은 신뢰 기반 자산 간 차이를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