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선물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45.6억 달러(약 6조 3,384억 원)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를 낙관적인 신호로 보지 않고 있다.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 XRP 역시 12% 이상 급락한 가운데, 오히려 이러한 미결제약정 규모가 ‘심각한 매도세의 함정’, 이른바 곰덫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코인글래스(CoinGlass) 자료에 따르면, 최근 XRP 가격은 2.83달러에서 2.45달러(약 3,406원)로 하락하며 13.02%의 낙폭을 기록했다. 동시에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 시장에 걸린 XRP 물량은 18억 2,000만 XRP에 이르며,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5억 6,000만 달러(약 6조 3,384억 원) 규모다. 겉으론 기관과 투자자의 시장 참여가 견고해 보이지만, 실상 미결제약정의 약 46%가 마이너스 수익 구간에 있어, 이들은 구제 반등이 없는 한 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전체 미결제약정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CME 플랫폼을 통해만 약 4억 5,390만 XRP, 금액 기준으로 약 11억 2,000만 달러(약 1조 5,568억 원)가 거래 중이다. 이 외에도 바이낸스, 비트겟(Bitget), 바이비트(Bybit), 게이트(Gate) 등 주요 거래소들이 각각 7억 4,819만 달러(약 1조 398억 원), 6억 5,743만 달러(약 9,139억 원), 6억 3,270만 달러(약 8,798억 원), 5억 863만 달러(약 7,062억 원)의 XRP 선물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거래량은 예외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루 거래량은 전일 대비 355.35% 급증한 214억 9,000만 달러(약 29조 8,711억 원)를 기록하며, 여전히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폭락 이후 반등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급반등을 노리고 ‘하락 매수(buy the dip)’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술적 분석 측면에서도 XRP는 아직 완전한 바닥 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XRP 생태계를 지지하는 세력들이 가격 하단에서 매수세로 전환할 경우, 주요 저항선이자 심리적 지표인 3달러(약 4,170원) 회복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잠재적인 복병은 ‘고래’ 투자자들이다. 지난 한 달 동안 XRP의 대형 보유자들은 하루 평균 약 5,000만 달러(약 695억 원) 규모의 물량을 시장에 내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량 매도는 반등 국면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단기 회복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XRP의 미결제약정 규모는 일견 긍정적인 수치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 투자자들의 수익률 구조와 시장 심리를 반영하면 오히려 가장 강한 하락 신호일 수 있다. 특히 고래들의 움직임과 시장 전반의 매도세가 맞물릴 경우,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