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내 규제가 구체화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원칙적으로 이자 지급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금융 안정성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025년 10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지급하는 문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어떤 형태로든 이자 지급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로 질의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금융위의 이 같은 방침은 미국이 추진 중인 '지니어스법(GENESIS Act)'의 주요 조항 중 하나인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이자 지급 금지’와 맥을 같이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의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과 달리, 법정화폐나 실물 자산에 연동돼 가치가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자칫 예금과 유사한 형태로 이자를 지급하게 되면 기존 금융질서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초기부터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한 이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운영 주체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은 금지돼야 하며, 은행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발행을 주도하고 핀테크 기업은 기술 제공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을 지키고, 시스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혁신 기회를 보장하되, 글로벌 규제 흐름과 정합성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방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이른바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제도 설계는 이제 초기 단계지만 안전장치 마련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계 부처와 막바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다양한 디지털 자산의 발행 요건, 유통 구조, 투자자 보호 방안 등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질서 있는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동시에 글로벌 규제 환경과의 보조를 맞추면서도, 국내 핀테크 산업에 필요한 유연성과 활용성 확보 여부가 향후 정책 방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