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의 탈중앙화 거래소(DEX)가 하루 95만 4,000건의 거래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정작 가격은 급락하며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XRP 레저(XRPL)의 DEX는 11월 4일 거래량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네트워크 사용량만을 놓고 보면 긍정적인 신호처럼 보이지만, XRP 가격은 같은 날 약 2.21달러(약 2,980원)로 급락해 네트워크 성장과 가격 사이의 괴리를 보여줬다.
분석가 크립토온체인(CryptoOnchain)은 이번 거래 급증이 순수한 수요 증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규모 매도, 고래의 보유량 분산 또는 자동화된 차익거래’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XRP가 가격 상승과 함께 거래량이 뛰었던 7월과는 다르다며, 지금의 네트워크 활동은 오히려 ‘매우 위험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XRP는 최근 한 달 새 26% 하락했고, 주간 낙폭만 해도 15.9%에 달한다. 7월 기록했던 최고가 3.65달러(약 4,922원) 대비 현재는 약 39% 빠졌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XRP는 시장 전반의 약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으며, 고래 투자자들도 방어에 나서기보다는 보유 물량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5일간 고래 계정에서 거래소로 이체된 XRP는 약 90만 개에 달한다. 이로 인해 매도 압력이 가중되며 추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게다가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자금 이탈 경향은 줄었지만, 최근 거래에서 여전히 고래 매도가 감지되고 있다.
XRP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트코인(BTC)은 최근 5개월 만에 처음으로 9만 9,000달러(약 1337만 원) 아래로 떨어졌고, 이더리움(ETH)도 3,200달러(약 432만 원)를 밑돌며 동반 하락했다. 하루 동안 청산된 암호화폐 레버리지 포지션은 17억 5,000만 달러(약 2조 3,625억 원)에 달했고, 이 중 약 3860만 달러(약 521억 원)는 XRP 관련이었다.
이 같은 부정적 분위기 속에서도 일부 분석가는 희망적인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이그랙 크립토(Egrag Crypto)는 XRP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더 강한 저항력’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1.94달러(약 2,617원) 선이 ‘매집 구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번 하락이 마지막 조정일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코인마켓캡의 공포·탐욕 지수가 최근 수개월 사이 최저 수준인 20까지 떨어진 점에서 투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급증과 가격 하락이라는 상반된 지표는 단순히 ‘활성화’를 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XRP 투자자에게 이번 DEX 기록은 축하할 만한 데이터가 아니라 오히려 신중함을 요구하는 경고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