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글로벌 크립토 시장은 ‘보안 사고’와 ‘제도권 편입’, 그리고 ‘거시 변수’가 동시에 흔든 한 주였다. 국내에서는 국세청이 압수한 암호화폐 지갑의 시드 문구를 보도자료에 노출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고, 미국에서는 월가와 빅테크가 규제·국방 수요를 발판으로 디지털자산과 AI 주도권 경쟁을 한층 끌어올렸다.
국세청, 압수 코인 지갑 시드 문구 노출…480만달러(약 71억 원) 상당 유출
국세청이 체납자 재산 추적·압수 성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에서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 시드 문구(복구용 영단어 조합)를 그대로 노출해, 압수 보관 중이던 400만 프리-레토지움(PRTG) 토큰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규모는 480만달러(약 71억 원) 수준이다.
복수의 국내 매체에 따르면 문제의 보도자료에는 레저(Ledger) 하드웨어 지갑 사진과 함께, 지갑 복구에 필요한 니모닉 문구가 ‘블러 처리’ 없이 촬영된 종이가 포함됐다. 시드 문구는 지갑의 열쇠 역할을 하는 핵심 정보로, 노출되는 순간 사실상 자산 보호가 불가능해진다.
이후 온체인(블록체인) 연구자들은 해당 문구와 연결된 이더리움 기반 주소를 추적했고, 해당 주소가 한때 400만 PRTG를 보유했다가 전량이 다른 주소로 이체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의 디지털자산 보관·공개 절차에서 기본 보안 통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로, 향후 압수 자산 관리 매뉴얼 전면 재점검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픈AI, 미 국방부 ‘기밀망’ 계약…앤스로픽 사용 중단 지시 직후 성사
미국 AI 업계에서는 오픈AI가 국방부와 기밀 군사 네트워크에서 자사 모델을 운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백악관이 연방 기관에 경쟁사 앤스로픽(Anthropic) 기술 사용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직후 수 시간 만에 발표가 나와, ‘공급망 리스크’ 프레임이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CEO는 X(구 트위터)를 통해 펜타곤의 ‘기밀 네트워크’ 내부에서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며, 국방부가 안전을 ‘깊이 존중’했고 회사의 운영 한계 내에서 협력하려는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국방장관은 앤스로픽을 국가안보에 대한 ‘공급망 위험(Supply-Chain Risk)’으로 규정했고, 방산 계약업체들이 앤스로픽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증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AI 규제가 기술 경쟁을 넘어 국방·조달 시장으로 확장되면서, 관련 정책 변화가 빅테크 주가와 동시에 크립토 시장 위험선호에도 간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 OCC 신탁은행 인가 신청…디지털자산 커스터디·스테이킹까지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신규 설립(de novo)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했다. 신청 법인명은 ‘모건스탠리 디지털 트러스트, 내셔널 어소시에이션(Morgan Stanley Digital Trust, National Association)’으로, 고객 디지털자산을 보관(커스터디)하고 매수·매도·스왑·이체 등 거래 집행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사업계획에는 일부 암호화폐에 대한 커스터디와 함께 ‘스테이킹’ 지원도 포함됐다. 스테이킹은 지분증명(PoS) 기반 블록체인에서 코인을 예치해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구조로, 전통 금융사들이 접근하기 까다로운 영역으로 평가돼 왔다. 이번 움직임은 기관 자금이 ‘현물 보유’에서 ‘운용·수익화’ 단계로 발을 넓히는 신호로 해석된다.
페이팔·문페이·M0, ‘PYUSDx’ 공개…앱 전용 스테이블코인 발행 지원
스테이블코인 경쟁도 가속했다. 페이팔은 문페이(MoonPay),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M0와 함께 개발자들이 페이팔 USD(PYUSD)를 기반으로 ‘앱·플랫폼 전용 달러 연동 토큰’을 만들 수 있는 PYUSDx를 발표했다. 출시 시점은 다음 달로 예고됐다.
페이팔 크립토 총괄 메이 자바네(May Zabaneh)는 “스테이블코인 채택의 다음 단계는 애플리케이션 레이어에서 일어난다”며, 개발자들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신뢰할 수 있는 화폐 인프라를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결제·핀테크 기업들이 ‘기축 스테이블코인+앱 전용 토큰’ 구조로 확장할 경우, 온체인 결제 생태계에서 토큰의 사용처가 앱 단위로 더 세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UBS ‘미국 주식 중립’ 전망에 위험회피…비트코인, 6만5500달러 아래로
거시 환경도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비트코인(BTC)은 금요일 6만5500달러 아래로 밀리며 주중 반등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미국 도매 물가 지표 발표 이후 S&P500의 장중 움직임과 동조화되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고, UBS가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춘 보고서가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가 급락하는 이른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비트코인이 연중 저점을 다시 시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주식시장의 주요 부담 요인으로 거론되더라도, 비트코인의 장기 방향성이 특정 섹터(기술주) 한 곳에만 종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함께 나온다.
주간 시세·등락률…BTC 6만7494달러, ETH 2014달러
주말 기준 비트코인(BTC)은 6만7494달러(약 9,973만 원), 이더리움(ETH)은 2014달러(약 297만 원), XRP는 1.41달러(약 2,083원) 선에서 거래됐다.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시가총액은 2조3300억달러(약 3,441조 원)로 집계됐다.
시총 상위 100개 코인 가운데 주간 상승률 상위는 카이트(KITE) 25.48%, 스테이블(STABLE) 21.15%, 피핀(PIPPIN) 20.42% 순이었다. 하락률 상위는 비트코인캐시(BCH) 19.09%, 코스모스(ATOM) 18.15%, 페페(PEPE) 10.11%로 나타났다.
이번 주 ‘한 줄’ 촌평…조정은 길고, 내러티브는 더 많아졌다
이번 주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는 ‘보안’과 ‘기관화’, 그리고 ‘규제·국방’이라는 낯선 결합이었다. 국세청 사례는 크립토 자산이 공공영역으로 들어온 뒤에도 기본 보안 원칙이 무너지면 피해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경고로 남았다. 동시에 모건스탠리의 신탁은행 추진과 페이팔의 PYUSDx는 제도권이 커스터디·결제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 측면에서는 거시 지표와 증시 흐름에 흔들리는 장세가 이어졌지만, 시장 구조는 ‘누가 보관하고, 어디서 쓰고, 어떤 규칙으로 운용되는가’라는 인프라 경쟁으로 한 단계 이동하는 중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질수록 단기 변동성은 커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자산이 금융 시스템 안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더 또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 시장 해석
- 이번 주 시장은 ‘보안 사고(국세청 시드 유출)’ + ‘제도권 편입(모건스탠리 신탁은행, 페이팔 PYUSDx)’ + ‘거시 변수(증시 동조·위험회피)’가 동시에 작동하며 변동성이 확대됨
- 공공기관 보안 실패는 단일 사건을 넘어 ‘디지털자산 보관·공개 절차’의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어, 규제/운영 표준(매뉴얼) 강화 압력을 키움
- 월가·빅테크는 디지털자산(커스터디/스테이킹, 결제 스테이블코인)과 AI(국방 기밀망)에서 ‘규제·조달 시장’을 레버리지로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
💡 전략 포인트
- 보안 관점: 시드 문구/니모닉은 ‘노출 즉시 자산 상실’로 직결 → 보관 주체(개인·기관·공공)의 운영 통제(촬영/공개/접근권한) 수준을 리스크 평가의 핵심 항목으로 반영
- 기관화 관점: 모건스탠리의 OCC 신탁은행 추진은 ‘현물 보유’에서 ‘운용(스테이킹 등 수익화)’으로 기관 수요가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 → 관련 인프라/규제 수혜 섹터에 주목
- 결제 관점: PYUSDx는 ‘기축 스테이블코인 + 앱 전용 토큰’ 구조 확산 가능 → 온체인 결제가 “체인 경쟁”보다 “앱 단위 사용처 경쟁”으로 세분화될 여지
- 매크로 관점: BTC가 S&P500과 동조하며 위험자산 성격이 재부각 → 단기적으로는 물가/금리/주식 변동(리스크오프)에 민감, 레버리지·포지션 사이징 보수적으로 운용
📘 용어정리
- 시드 문구(니모닉): 지갑을 복구하는 12~24개 단어 조합(마스터 키). 노출 시 지갑 자산 통제권을 사실상 상실
- 콜드월렛: 인터넷과 분리된 오프라인 지갑(하드웨어 지갑 포함). 온라인 해킹엔 강하지만 ‘시드 유출’엔 취약
- 온체인 분석: 블록체인 거래 기록을 추적해 자금 흐름/주소 이동을 확인하는 분석 방식
- 커스터디: 기관/기업이 고객의 디지털자산을 대신 보관·관리하는 서비스
- 스테이킹: PoS 체인에 자산을 예치해 검증에 참여하고 보상을 받는 구조
- OCC: 미국 통화감독청. 은행 인가/감독을 담당
- 스테이블코인: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토큰
- 공급망 리스크: 특정 공급자/기술 의존이 국가안보·운영 안정성에 미치는 위험 프레임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시드 문구가 왜 이렇게 치명적인가요? 비밀번호랑 다른가요?
시드 문구(니모닉)는 지갑을 “복구”할 수 있는 마스터 키라서, 누군가가 그 문구를 알게 되면 다른 기기에서도 지갑을 그대로 불러와 자산을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일반 비밀번호처럼 바꾸거나 무효화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한 번 노출되면 자산 보호가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Q.
모건스탠리가 ‘디지털 신탁은행’ 인가를 추진하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생기나요?
규제권 안에서 기관이 고객 자산(암호화폐)을 보관(커스터디)하고, 매수·매도·이체뿐 아니라 스테이킹 같은 “운용”까지 지원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기관 자금이 단순 보유를 넘어 수익화/서비스화 단계로 확장되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Q.
PYUSDx 같은 ‘앱 전용 스테이블코인’이 나오면 사용자에게 뭐가 달라지나요?
하나의 스테이블코인(PYUSD)을 기반으로 앱/플랫폼별 전용 달러 토큰이 만들어지면, 결제·포인트·정산이 앱 안에서 더 빠르고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동시에 토큰이 “어디서 쓰이느냐(사용처)”가 앱 단위로 쪼개질 수 있어, 향후에는 체인 경쟁 못지않게 앱/서비스 경쟁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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