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9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 지분 약 20%를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에 나서면서, 전통 금융회사와 디지털 자산 플랫폼의 협업이 본격화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번 계약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 증권사의 금융 서비스 역량과 거래소의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해 새 사업 기회를 찾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에 컴투스홀딩스가 보유하던 구주 6만8천894주와 코인원이 새로 발행한 주식 9만716주를 더해 모두 15만9천610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국투자증권은 차명훈 코인원 대표(30.36%)와 컴투스홀딩스(24.54%)에 이어 코인원의 3대 주주가 된다. 지분 참여 방식도 기존 주식 인수와 신주 취득을 함께 택해, 경영 참여 기반과 자금 지원 성격을 동시에 갖춘 구조로 해석된다.
이번 투자의 배경에는 디지털 자산 제도권 편입 움직임이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는 토큰 증권(부동산·채권·미술품 같은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전자증권 형태로 쪼개 발행하는 방식)과 스테이블 코인(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존 증권업에서 쌓아온 상품 설계, 고객 관리, 자금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코인원의 기술력과 접점을 넓혀 차별화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코인원에 접목해 거래 안전성과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산업은 성장 속도에 비해 투자자 보호 장치와 통제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전통 금융회사의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역량을 더하는 작업은 제도권 편입 과정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이번 계약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 신사업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고, 향후 토큰 증권 상품과 스테이블 코인 연계 사업까지 시야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도 금융당국과의 소통을 강화해 책임 있는 지배구조와 신뢰 기반을 갖추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증권업과 가상자산업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제도 정비가 속도를 내고 투자자 보호 기준이 강화될수록, 기술 기반 플랫폼과 금융 규율을 함께 갖춘 사업자가 유리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토큰 증권,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자산 수탁과 같은 주변 사업으로도 확산되면서 국내 금융사의 신사업 경쟁을 한층 더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