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결제카드의 누적 결제 볼륨이 106억 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온체인 결제 데이터 분석 플랫폼 페이먼트스캔(Paymentscan)이 2023년 3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집계한 수치로, 같은 기간 누적 거래는 2,533만 건, 활성 주소는 172만 개로 나타났다.
지표의 핵심은 성장 곡선의 형태 변화다. 페이먼트스캔 데이터에 따르면 암호화폐 결제카드 시장은 완만한 축적기와 가파른 확산기의 두 국면으로 뚜렷이 구분된다.
성장 곡선의 두 국면
첫 번째 국면인 2023년 3월부터 2025년 중반까지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사실상 제로에서 출발한 월 충전액이 4억 달러 안팎에 도달하기까지 약 2년이 소요됐다. 카드 발급사 온보딩, 결제 레일 구축, 사용자 확보가 진행된 인프라 축적 구간에 해당한다.
두 번째 국면인 2025년 9월 이후로는 성장세가 가파르게 전환됐다. 월 충전액은 약 10개월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늘어 2026년 6월경 약 9억 달러에 이르렀다. 차트 형상상 최근 10개월간 발생한 볼륨이 앞선 2년 반의 누적치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시장이 완만한 초기 채택 단계를 지나 확산 국면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사용 강도와 결제 패턴
활성 주소 172만 개가 누적 2,533만 건의 거래를 발생시켜, 주소당 평균 약 15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활성 주소를 고유 사용자 수와 곧바로 등치할 수는 없으나(한 사용자가 복수 주소를 보유할 수 있다), 주소당 15건이라는 반복 사용 밀도는 일회성 시험 사용보다 반복적·일상적 결제 행태에 가깝다.
이는 암호화폐 카드가 보조적 결제수단을 넘어 일부 사용자군에서 주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구조
암호화폐 결제카드의 충전과 결제는 대부분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카드 충전은 USDT·USDC 등의 온체인 이동으로 처리되며, 결제 단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POS 결제로 연결되는 구조다. 2,533만 건의 거래 데이터는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서 실사용 단계에 진입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시장 구조: 발급사별 편중
프로그램별로는 RedotPay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뒤를 KAST, EtherFi, Plasma One, Karta, Tria, Kolo 등이 잇고 있으나 상위 발급사와의 격차는 크다. 성장의 상당 부분이 아시아 기반 발급사에 집중돼 있어, 특정 프로그램의 정책·규제 변동이 전체 지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편중 구조로 평가된다.
절대 규모와 성장 추세
106억 달러는 글로벌 카드 결제 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제한적인 규모다. 연간 약 15조 달러 안팎을 처리하는 비자(Visa)의 결제량 기준으로는 하루가 채 안 되는 시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다만 지표의 의미는 절대 규모보다 성장 추세에 있으며, 최근 곡선의 기울기는 초기 채택보다 확산 시장의 초기 국면에 부합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 시장 시사점
이번 지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 위에서 형성된 곡선이라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가 결제 현장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두고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원화 결제 스테이블코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국내 온체인 결제 수요가 어떤 발급사의 레일과 통화 위에서 처리될 것인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지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