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 '신중 모드' 고수… 금리 동결 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정책을 놓고 신중한 태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관세 조치가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운 가운데, 연준은 당분간 ‘관망 전략’을 유지할 것임을 재차 명확히 했다. 기준금리 조정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지만, 연준은 물가와 고용 지표에 대한 보다 명확한 방향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정책을 전격 발표하며 글로벌 교역 환경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가능성이 동반 제기됐으나, 연준은 이에 대해 당장 금리 변화를 통해 대응하기보다는 경제 흐름을 좀 더 관찰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각각 다른 행사에서 공개 발언에 나선 세 명의 연준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불확실성'을 핵심 키워드로 언급했다. 각국 무역 정책이 예측 불가능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요인들이 국내 경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사 쿡 연준 이사는 미국 경제가 ‘견고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불확실성이 고용과 물가 안정에 모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정책 접근을 강조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 역시 “현재의 불투명한 경제환경에서는 전망을 자신 있게 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에 대해 성급히 판단하기보다 인내심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카고 연준의 오스턴 굴스비 총재는 “관세 조치 이전까지 미국 경제는 완전고용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상적 조건에 가까웠다”며 “만약 그런 상태로 다시 돌아간다면 기준금리는 현 수준보다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내일이라도 전 세계 관세가 50%로 복귀한다면 상황은 다시 꼬일 수 있다”며 미래에 대한 확신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향한 공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높은 금리가 미국 경제 회복을 제약한다고 주장하며 금리 인하를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포함한 연준 관계자들은 통화정책은 철저히 경제 지표에 근거해 결정된다며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금융 시장은 연준이 여름 동안 금리를 동결한 채 상황을 지켜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CME그룹의 페드워치 도구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9월까지 최소 1회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70%에 가깝게 반영하고 있다. 다만, 이는 미래의 물가 흐름과 고용 시장 상황,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무역정책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변수다.

결국 연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경제가 아직 심각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는 않지만,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거시적 리스크가 여전한 만큼, 정책 방향은 섣불리 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연준은 흔들리는 금융시장에 통제된 신중함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시그널을 함께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