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집중호우가 잇따르면서 농축산물 생육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 불안 요인이 확산되자 농림축산식품부가 유통업계와 협력해 수급안정을 위한 대응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6일 관계기관 및 주요 유통업체들과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기상이변에 따른 농산물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농축산물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 상승했다. 이는 아직 본격적인 기상 피해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로, 향후 가격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배추는 재배 면적 감소와 작황 부진이라는 악재가 겹쳐 이달 들어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다만 김치제조업체와 산지 유통인들이 작년보다 저장량을 5% 이상 확대해,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중 하루 200~300t씩 총 2만6,800t 규모의 배추 정부 비축물량을 도매시장에 공급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공급량의 2배에 달하고, 가락시장 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주요 산지에서 원곡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20㎏당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5만8,716원으로 지난해보다 13.9%, 평년대비로는 12.6% 올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대형마트에서 쌀 20㎏ 구매 시 3,000원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9월 말까지 시행하며, 상황에 따라 기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기타 채소류 가운데서는 시금치, 열무 등 고온에 취약한 품목의 수확량이 줄며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무, 당근, 양배추 등 재배 면적이 확대된 작물은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고, 오이와 애호박 역시 양호한 산지 작황 덕분에 출하량이 증가하고 있다.
과일류에서는 조생종 사과의 수확량이 줄었지만, 올해 전체 사과 생산량은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식품부는 명절 성수기에는 수급 불안 없이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수박 역시 출하량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가격 강세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축산물 시장 역시 기상 상황과 전염병 발생에 따라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한우의 경우 소비자 할인쿠폰 지급과 맞물려 등심 수요가 급증하며 일부 부위는 가격이 상승했다. 반대로 설도·양지 등 비선호 부위는 하락세가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한우 공급 물량을 평시 대비 30% 이상 확대하고, 농협과 자조금을 활용한 할인 행사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돼지고기는 폭염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여파로 다소 상승했지만, 삼겹살과 목살 등 주요 부위 재고는 충분히 확보돼 있어 공급에는 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닭고기는 올해 산란계 입식이 증가해 공급이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겨울 고병원성 AI로 수입이 중단됐던 브라질산 닭고기가 이달 중순부터 국내 시장에 다시 유통되면서 수급 안정에 기여할 전망이다.
계란 가격도 하락세가 예상된다. 오는 9월 케이지 사육면적 확대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서 산란계 사육두수가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정부는 추가적인 가격 안정 조치를 검토 중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가공·유통업체와 손잡고 원재료 구입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공공배달앱 이용 확대 같은 외식산업 지원책도 병행할 방침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폭염과 폭우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농산물 공급이 균형을 이루기 위해 전방위 리스크 요인을 선제적으로 진단하고 총체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