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전 관련 발언이 뉴욕 증시 개장·마감 시각과 정교하게 맞물리면서 시장 조작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CNN과 국내외 주요 언론이 포착한 패턴에 따르면, 트럼프는 호재성 발언은 뉴욕증시 개장 직전에, 악재성 발언은 마감 직후에 집중 배치해왔다. 이 같은 타이밍 조절은 작년 관세 사태 때도 동일하게 나타나 의회 차원의 내부자거래 조사 요구로 이어졌으나,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4월2일 코스피 4.47% 급락…90분 만에 시장 패닉
지난 2일 코스피는 전날 밤 트럼프의 대국민 연설 예고에 기대감을 반영, 1.33% 오른 5551포인트로 개장했다. 시장은 "드디어 이란 전쟁 종전 신호탄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오전 10시경 연설이 시작된 직후 트럼프가 "앞으로 2~3주에 걸쳐 이란을 극도로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발언하자 코스피는 즉각 3%대 급락을 시작했다. 연설이 끝날 무렵 낙폭은 4.47%까지 확대됐고, 환율은 1519.7원에 마감했다. 불과 90분 사이의 일이었다.
한상춘 한국경제TV 논설위원은 "이제 시장이 트럼프를 더 이상 믿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CNN은 "트럼프의 전시 의사결정 동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의문"이라며 보다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호재는 개장 전, 악재는 마감 후"…반복되는 패턴
CNN 등 주요 언론이 동시다발적으로 포착한 것은 트럼프의 이란 관련 발언이 뉴욕 증권거래소 개장(미 동부시간 오전 9시30분)과 마감(미 동부시간 오후 4시) 시간을 기점으로 정교하게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3월9일 오후 3시16분 — 뉴욕 증시가 폭락세를 거듭하던 중 CBS 기자가 트루스소셜을 통해 트럼프의 "전쟁이 거의 끝났다" 발언을 전했다. 마감까지 44분을 남긴 시각이었다.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90달러대 아래로 떨어졌고, 다우는 0.50%, S&P500은 0.83%, 나스닥은 1.38% 상승 마감했다. 외신들은 즉각 이 타이밍에 주목했다.
3월23일 오전 7시 — 전쟁 격화 우려로 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트럼프는 뉴욕 개장 2시간30분 전,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를 발표했다. 다우는 그날 631포인트 상승했다.
3월26일 오후 4시11분 — 종전 기대감이 낮아지며 S&P500은 1.74% 하락, 미-이란 전쟁 개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바로 그 직후 트럼프는 오후 4시11분 트루스소셜에 이란 발전소 공격 시한을 열흘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장이 막 마감된 시각이었다.
4월1일 밤 연설 — 시장은 이날 밤 연설에서 종전 신호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가 무산되자 S&P500 선물은 약 1% 하락, 다우 선물 0.9%, 나스닥100 선물 1.1% 이상 하락으로 반응했다.
작년 관세 폭탄 때도 동일 패턴…"지금이 매수 적기"
이 패턴은 이란 전쟁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작년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폭탄 사태에서 이미 판박이 시나리오가 연출됐다.
관세 세부사항 발표는 장 마감 직후인 오후 4시30분에 나왔다. 증시가 폭락하자 트럼프는 개장 7분 후인 오전 9시37분,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렸다. "THIS IS A GREAT TIME TO BUY!!!(지금이 매수 적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DJT'는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의 나스닥 종목코드이기도 하다. 즉 트럼프는 "매수 적기"를 외치며 사실상 자사 주식 매수를 권유한 셈이었다. 경향신문은 이를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 조장 계획"이라고 표현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40분 뒤, 관세 90일 유예가 발표됐고 미국 증시는 200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의회에서는 즉각 내부자거래 조사 요구가 제기됐다.
문제는 이 타이밍이다. 만약 트럼프의 "매수 적기" 발언을 듣고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가 있었다면, 그리고 그들이 3시간40분 뒤 관세 유예 발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이는 엄청난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다.
포브스는 이 행동 패턴에 "TACO Trump(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늘 도망친다)" 라는 이름을 붙였다. 작년 4월부터 7월 사이 관세 관련 입장 번복만 28차례였다.
최근 5일간 혼돈 가속…내일 오전 9시 또 시한 연장되나
4월6일이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 데드라인이었다. 이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의 발언과 시장의 충격은 가속됐다.
4월3일(금) — 이란이 미국의 48시간 휴전 제안을 거부했다. 유가는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뉴욕 증시는 혼조 마감이었다.
4월5일(일) — 악시오스가 미-이란 양측이 파키스탄, 이집트 등 중재국을 통해 1단계 45일 휴전, 2단계 종전 협상으로 구성된 2단계 중재안을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동시에 소식통들은 "48시간 이내 합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4월6일(월) — 트럼프는 기존 협상 시한(4월6일 오후 8시)을 다시 하루 더 연장해 7일 저녁으로 넘겼다. 또 한 번의 말 바꾸기였다. 최대 쟁점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문제와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처리 방식으로, 양측 간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4월7일(오늘) — 협상 시한이 한국 시각 기준 내일(8일) 오전 9시로 다가왔다. 시장은 이미 "트럼프 발언의 신뢰도 제로 상태"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누가 이익 보나…"외교 아닌 시장 관리 논리"
이 패턴이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누가 이 구조에서 이익을 보는가"다. 공식적으로 답한 기관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의문은 쌓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미 작년 4월 당시 내부자거래 혐의 조사를 촉구했지만, 조사는 지지부진하다. 트루스소셜에 "매수 적기" 글을 올린 이후 관세 유예를 발표한 것은, 사전에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라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한겨레는 "전쟁 뒤 미 증시 최대 하락 직후 트럼프가 공격 시한을 늦췄다"며 "시장 변동성에 직면하면 정책을 조정하는 반복된 패턴"을 지적했다. CNN은 이를 가리켜 "트럼프의 메시지 전달은 일관되게 비일관적이었다(consistently inconsistent)"고 표현했다.
"트럼프 마우스 장세"의 구조적 문제
이 일련의 패턴을 분석하면 하나의 구조가 드러난다.
첫째, 강경 발언으로 시장 하락을 유발한다. 둘째, 낙폭이 최대화되는 시점을 포착한다. 셋째, 개장 직전이나 장 마감 직후에 "유예", "곧 끝날 것" 등 유화 발언을 투입한다. 넷째, 단기 랠리가 발생한다. 다섯째, 며칠 후 다시 강경 발언으로 새 사이클을 시작한다.
이 구조의 문제는 시장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전쟁의 실제 진행 상황이 아니라, 트럼프가 '언제' '어떤 시각에' 발언할지를 예측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수혜자는 트럼프 자신의 지지율 관리다. 증시 폭락 → 유화 발언 → 반등이라는 사이클은 "트럼프가 시장을 살렸다"는 프레임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내일 발표, 뉴욕증시 어느 시간대에 나올까
4월8일 오전 9시(한국 시각), 트럼프가 설정한 협상 마감 시한이 도래한다. 45일 휴전 합의가 나올 수도 있고, 또 한 번 시한이 연장될 수도 있다. 아니면 이란 발전소와 하르그섬에 대한 대규모 공격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다.
시장은 이제 협상 결과 자체만큼이나 다른 것을 주시하고 있다. 그 발표가 뉴욕 증시 어느 시간대에 나오는지, 그리고 그 직전 누군가의 포지션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다.
트럼프의 말 바꾸기는 무능의 증거가 아닐 수 있다. 오히려 너무 정교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새로운 공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