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월 물가 '제로'…디플레이션 그림자 짙어져

중국의 소비자물가가 7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변동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당국의 내수 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세가 여전히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는 가운데, 생산자물가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전반적인 가격 지표가 침체된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0% 변동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0.1%보다 다소 높은 수치지만, 명목상 의미 있는 상승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은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줄었거나,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만큼 수요 회복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미다.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는 잇단 내수 촉진 조치를 내놓으며 물가를 끌어올리려 해왔다. 실제로 1월에는 춘제(중국 설) 효과와 맞물려 CPI가 0.5% 상승한 바 있지만, 이후 물가는 뚜렷한 반등 없이 오히려 하락세를 지속했다. 2월에는 -0.7%로 떨어졌고, 3∼5월에는 연속으로 -0.1% 하락했다. 6월 들어 잠시 0.1% 반등했지만, 7월에 다시 0%로 돌아서면서 상승 전환이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다시금 드러냈다.

디플레이션 압력은 소비뿐 아니라 생산 부문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같은 달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3.6% 하락해 3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3%보다도 더 부진한 수준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 6월에도 PPI가 -3.6%를 기록하며 2년 가까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인 바 있다. 생산자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을 낮추는 현실은 제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결국 고용이나 투자가 위축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일부 기업 간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이 시장 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업체들이 '제 살 깎는' 방식을 지양하도록 주문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물가 지표에는 이러한 조치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디플레이션 탈피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며, 향후 당국이 규제 강화나 재정지출 확대 등 실질적 후속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긍정적인 신호로 7월 CPI가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통계국 또한 서비스 업종과 공업용 소비재 가격이 오르고, 각종 소비 진작책이 일정 부분 효과를 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향후 소비자 신뢰 회복 여부와 정부의 추가 정책 대응에 따라 경기 회복 속도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결국 중국 경제가 저물가와 성장 둔화라는 이중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과 정책적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글로벌 공급망 회복 지연과 미중 간 무역 불확실성도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구조 개편과 수요 촉진 전략이 병행돼야 안정적 회복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