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을 대상으로 입항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해상 운송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오전 9시 7분 기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2.81% 떨어진 15만 9천200원에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하락이 미국 무역대표부의 입항 수수료 인상 발표에 따른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차량을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운송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어, 운송비용 증가 우려가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에 대해 입항 시 톤당 46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6월 발표한 톤당 14달러의 수수료보다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차량 수용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CEU(차 한 대 적재 기준)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반발이 이어지자 톤수 기준으로 조정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다시 수수료를 인상한 두 번째 조정이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일부 완화를 병행했다. 입항 수수료 부과 횟수를 매년 5회로 제한함으로써, 해당 선박이 자주 미국 항구를 드나들더라도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대형 선사들에게는 이마저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반의 반응이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북미 시장 수출 물량 상당 부분을 담당해온 대표적인 물류 기업이다. 자동차 운반선의 입항 수수료가 올라가면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조선 비용이나 운항 정책과 관련 없는 외부 규제가 기업 실적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국내 수출입 물류 체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다른 형태의 간접적 규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만약 미국이 자국 조선업 보호나 무역 수지 개선을 명분으로 유사한 조치를 추가로 도입한다면, 국내 조선 및 물류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기업들은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