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반도체와 조선 등 주력 산업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인 반면 배터리, 자동차, 석유화학 업계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 산업 간 명암이 엇갈렸다.

이번 분기 가장 눈에 띄는 회복세는 반도체 업종에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D램 가격 반등과 고대역폭 메모리(HBM) 출하 증가에 힘입어 시장 전망치를 훌쩍 웃도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을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약 11조6천억원, 매출은 24조7천억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며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이와 함께 글로벌 조선업 경기가 회복 기조에 접어들면서 우리 기업들 역시 의미 있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발표한 실적에서 2천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9%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 3사의 3분기 총영업이익이 1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조선 역량을 강화하려는 프로젝트 ‘마스가(MASGA)’에 우리 조선사가 참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실적 개선세가 더 뒷받침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반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일시적 수요 정체를 의미하는 ‘캐즘(Chasm)’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크게 악화돼 약 3천5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이 전망됐고, SK온도 적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 선점 효과 덕분에 6천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비교적 선방했다.

자동차 산업 역시 미국의 높은 수입 관세 영향으로 고전 중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보다 각각 약 31.5%, 29.6% 낮은 영업이익을 보고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실질적 적용이 지연되면서 관련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올 상반기까지 이어진 적자 흐름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각각 3천678억원, 2천329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으며,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상승과 유가 효과로 실적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석유화학 업계는 전반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3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잇따라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며, LG화학은 그룹 계열사의 실적 덕분에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석유화학 부문 단독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업종별 실적 흐름은 글로벌 경기 변동성과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구조적으로 강한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 간 차별화를 드러낸 결과로 해석된다. 향후 반도체와 조선업은 인공지능·방산 등 새로운 수요처가 실적 개선의 동력이 될 수 있으며, 부진한 업종들은 제품 구조 재편과 글로벌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