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 프로젝트에 확정된 투자 규모가 1300억달러(약 174조원)를 넘어섰다. 다만 시장 확대에는 생산시설뿐 아니라 구매계약과 인프라, 정책 집행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소위원회는 10일 ‘글로벌 수소 나침반 2026’에서 전 세계 579개 청정수소 프로젝트에 총 1300억달러의 투자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의 생산능력은 연간 690만톤이며, 약 90%는 건설 중이거나 운영 단계에 들어갔다.
수소위원회가 집계한 확정 투자액은 최종투자결정(FID)을 통과했거나 건설·운영 단계에 있는 사업의 규모다. 이미 집행된 현금 투자액과는 구분해야 한다.
청정수소 운영능력은 지난 12개월 동안 70% 늘어 연간 170만톤에 이르렀다. 건설 중인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가동되면 2027년 운영능력은 다시 두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수소위원회는 전망했다.
◇ 지역별 투자와 정책 수요
지역별 확정 투자액은 중국 450억달러(약 60조원), 유럽 300억달러(약 40조원), 북미 260억달러(약 35조원) 순이다. 중국과 유럽이 전체 확정 투자액의 약 60%를 차지했다.
중국은 재생수소 확정 생산능력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유럽은 확정 프로젝트 수와 투자 증가율에서 앞섰고, 북미는 저탄소 수소와 암모니아 분야에 투자가 집중됐다.
수소위원회는 기존 정책이 모두 시행되면 2030년까지 연간 1100만톤의 청정수소 수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법제화·집행된 정책으로 뒷받침되는 물량은 약 600만톤이다.
나머지 약 500만톤의 수요를 뒷받침하려면 유럽의 재생에너지 지침과 탄소가격제, 각국의 보조금·경매 제도를 추가로 집행해야 한다. 청정수소 수요가 정책의 실제 집행 속도와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 구매계약과 인프라가 제약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6월 발간한 ‘글로벌 수소 리뷰 2026’에서 2025년 전 세계 수소 수요가 1억톤을 넘었지만 대부분 정유·화학 등 기존 산업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저배출 수소 생산량은 20% 늘어 약 100만톤에 이르렀다.
반면 2025년 새로 체결된 저배출 수소 구매계약은 연간 170만톤에 머물렀고, 실제 구속력을 가진 계약은 약 20%에 그쳤다. IEA는 고비용과 불확실한 수요, 복잡한 규제, 인프라 부족을 주요 장벽으로 꼽았다.
IEA는 2030년까지 발표된 저배출 수소 생산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이 2700만톤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투자결정이 완료됐거나 2030년 가동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의 생산능력도 1000만톤에서 600만톤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연과 취소가 반영된 결과다. IEA는 저배출 수소가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대한 장기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단기 공급 부족을 해결할 규모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인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논쟁의 초점은 수소가 실현 가능한지 여부에서 각국이 얼마나 빠르게 건설할지로 옮겨갔다”고 말했다. 각국이 자국 상황에 맞는 수소 활용처를 찾고 정책 지원을 제공해야 경쟁력 있는 생태계가 형성된다는 취지다.
에어리퀴드 최고경영자이자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인 프랑수아 자코는 수소가 탈탄소화 수단인 동시에 재생전력의 저장과 통합을 돕는 에너지 시스템의 보완재라고 말했다. 반면 IEA는 비용 경쟁력이 확보되기 전까지 정책 지원이 필요하며, 청정수소가 대부분 지역에서 화석연료 기반 수소보다 비싼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발표된 투자 규모와 실제 가동능력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면 생산시설과 함께 장기 구매계약, 운송 인프라, 정책 집행이 진행돼야 한다. 청정에너지 금융에서도 집행 여부가 실제 규모를 가르는 문제는 앞서 본지에서 다뤄졌다.
수소위원회는 2030년 잠재 수요 1100만톤 가운데 약 600만톤만 현재 정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추가 지연 여부와 나머지 수요를 뒷받침할 정책 집행이 향후 시장 확대를 좌우할 핵심 경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