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의 2026년 평균 가격 전망이 배럴당 90달러(약 12만1000원)로 상향됐다. HSBC는 9월 8일 시장 전망 노트에서 호르무즈 수송 차질이 이어질 경우 시장 수급 균형 회복 시점이 2027년 중반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HSBC는 9월 8일 시장 전망 노트에서 2026년 브렌트유 전망을 기존 80달러(약 10만7000원)에서 90달러로 올렸다. 2027년 전망은 65달러(약 8만7000원)에서 85달러(약 11만4000원)로 상향했고, 2028년 이후 장기 가격 가정은 배럴당 75달러(약 10만400원)로 제시했다.
킴 퍼스티어(Kim Fustier) HSBC 선임 글로벌 석유·가스 애널리스트는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닫힌 것도, 완전히 열린 것도 아닌 지속적으로 훼손된 상태”라고 말했다. 해협이 형식적으로 통항을 허용하더라도 해상 보안과 보험 문제가 수송 회복을 늦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HSBC는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액체 연료 물량이 현재 하루 약 600만 배럴에서 2026년 말 800만 배럴, 2027년 중반 950만 배럴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수송량이 회복되더라도 단기간에 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봤다.
분쟁 전 호르무즈를 통과하던 액체 연료 물량은 하루 1900만~2000만 배럴이었다. HSBC의 2027년 중반 추정치인 950만 배럴은 이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회 수송망도 수급 회복의 변수로 제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기존 송유관 및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통한 우회 물량은 현재 하루 400만 배럴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서 2027년 중반 680만 배럴까지 늘어날 수 있다.
HSBC는 9월 8일 시장 전망 노트에서 2027년 중반에도 걸프 지역 전체 수출량이 하루 약 1650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우회 수송이 늘어도 호르무즈 차질을 완전히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뿐 아니라 석유제품과 액화천연가스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해 중동산 에너지가 아시아 등 주요 소비지로 이동하는 관문 역할을 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2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을 하루 평균 2100만 배럴로 집계했다. 당시 원유와 콘덴세이트 물량의 82%는 아시아 시장으로 향했고, 중국·인도·일본·한국이 주요 목적지였다.
HSBC는 외교적 교착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통과량이 현재 수준에 머무는 대체 시나리오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약 16만1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기본 전망이 아니라 ‘교착’ 시나리오에 따른 추정치다.
반대로 2026년 4분기에 지속 가능한 휴전이 성립하면 걸프 지역 수출량이 분쟁 이전 수준에 가까워지고, 시장이 2027년 말까지 공급 과잉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HSBC는 전망했다. 외교 상황에 따라 유가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 시장에서 해상 수송 차질은 생산량뿐 아니라 운송 경로와 보험료에도 영향을 준다. 같은 물량이 생산되더라도 선박 운항 위험과 우회 수송 비용이 커지면 실제 공급 여건과 가격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공급 차질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은 앞서 국내 원유 수입 비용과 운임·보험료 부담 가능성을 짚었다. 이번 HSBC 전망도 수송 정상화 지연을 가격 전망 상향의 핵심 배경으로 제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이 브렌트유의 2026년 전망치를 함께 상향한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HSBC 전망은 중동 수송 차질과 외교 시나리오를 가격 가정에 직접 반영했다는 점이 다르다. 기관별 전망은 적용한 기준 시점과 수급 가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전망 변경은 단기 가격 상승을 확정한 조치가 아니다. 호르무즈 통항량, 우회 수송 물량, 해상 보험·운송 비용, 미국과 이란 사이의 외교 상황에 따라 HSBC의 가격 가정도 다시 조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