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속으로 들어간 K게임…전통문화 세계관으로 게임판 뒤흔든다

연합뉴스

2025.08.16 (토) 11:20

한국 전통문화 소재를 활용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며, K팝·드라마에 이어 글로벌 게임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조선시대 세계관을 앞세워 차별화에 나섰다.

조선 속으로 들어간 K게임…전통문화 세계관으로 게임판 뒤흔든다 / 연합뉴스

한국 게임업계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이뤘던 중세 유럽풍 판타지 배경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조선시대나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 확산된 케이팝과 드라마에 힘입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은 최근 자회사인 넥슨게임즈가 개발 중인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공개하며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폈다. 이 게임은 고전 소설 ‘전우치전’을 재해석해 액션 어드벤처 장르로 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선시대 배경에 한복, 갓, 전통 무기 등이 등장하며, 제작진은 이를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 형태를 준비 중이라 밝혔다. 완성도 있는 영상미와 독특한 세계관이 기존의 판타지 게임과 차별화를 이루며 관심을 받고 있다.

위메이드맥스의 자회사 매드엔진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 중인 ‘탈: 디 아케인 랜드’는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트리플A급 게임이다. ‘탈’이란 이름에는 ‘가면’이라는 뜻과 함께, 속박된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여정을 담았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게임은 PC와 콘솔 플랫폼을 대상으로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비단 신작뿐만 아니라 기존 흥행작에서도 이런 전통 문화 코드가 활용되고 있다. 펄어비스의 대표작 ‘검은사막’은 2023년 조선시대를 모티브로 한 신규 지역 ‘아침의 나라’를 선보였다. 기존의 서양풍 판타지에서 벗어나 민속놀이, 한복, 전통 건축 등 한국적인 요소가 가득한 이 지역은 한국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스토리라인을 통해 국내외 유저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또한, 근미래 설정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반영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이브이알스튜디오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글로벌 쇼케이스에서 ‘무당: 두 개의 심장’이라는 게임의 트레일러를 공개했다. 남북 통일 직후 혼란을 겪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 게임은 유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사실적인 그래픽과 몰입도 높은 연출로 주목받았다. 출시 시기는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 외에도 네오위즈는 인디게임의 해외 퍼블리싱을 통해 한국 문화 소재를 확장하고 있다. 2023년 출시된 ‘산나비’는 SF 요소와 조선시대 콘셉트를 결합한 독특한 게임이며, 출시를 앞둔 ‘안녕서울: 이태원편’은 현대 서울을 무대로 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한국 게임 산업이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을 기회 삼아 자생력을 키우려는 변화로 보고 있다. 실제로 동양대학교 김정태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중소 게임사의 실험적 시도를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트렌드는 향후 게임 분야에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대 재해석하고,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K콘텐츠의 다음 도약은 게임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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