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해 상반기에도 게임 개발자들에게 최고경영자(CEO)나 대기업 오너보다 높은 수준의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과 중심의 성과 보상 체계를 강화하는 게임업계 특유의 보상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각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대표작 ‘배틀그라운드(PUBG)’ 시리즈를 총괄하는 장태석 총괄 프로듀서가 2025년 상반기에 수령한 보수가 약 57억3천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급여가 4억3천만 원, 나머지 53억 원은 상여금으로 구성돼 성과 비중이 절대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회사의 김창한 대표와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각각 약 39억 원, 35억 원을 수령해, 실질적인 보상 규모에서 일부 핵심 개발자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같은 양상은 다른 대형 게임사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넥슨게임즈는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 개발을 총괄한 이범준 PD에 11억5천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동기간 박용현 대표가 받은 약 7억 원보다 높은 보수다. 넷마블도 히트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총괄인 권영식 넷마블네오 대표에게는 15억8천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넷마블 창업자인 방준혁 의장의 보수인 약 12억6천만 원을 넘어선 규모다.
게임 라인업 확대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성과를 낸 개발자들도 높은 보상을 받았다. 네오위즈는 ‘P의 거짓’의 스토리 확장판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박성준 본부장과 최지원 디렉터에게 각각 6억2천만 원, 5억8천만 원을 지급해, 김승철 공동대표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했다. 시프트업의 민경립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스텔라 블레이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의 흥행 이끈 공로로 26억5천만 원을 받았고, ‘니케’의 장기 서비스를 책임진 유형석 디렉터도 5억 원 넘는 보수를 받았다.
한편, 수년간 실적 부진과 인력 구조조정을 겪은 엔씨소프트는 경영진의 보수에 자제 기조가 뚜렷하게 반영됐다. 창업주 김택진 대표는 올해 상반기 19억8천만 원을 수령했는데, 이는 2020년 상반기 수령분인 133억 원의 15%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의 보수는 2021년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여 왔다. 공동대표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병무 대표도 10억 원 안팎의 보수를 받는 데 그쳤다.
이처럼 개발 중심 성과주의가 뚜렷한 게임업계에서는 성공작 제작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들이 오너보다도 높은 대우를 받는 사례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기업이 단순한 연공서열보다 실질적인 콘텐츠 기여도를 보상 기준으로 삼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글로벌 진출, 실시간 라이브 서비스 경쟁이 심화하는 환경에서 개발 인재에 대한 보상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