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게임 개발사 일렉트로닉아츠(EA)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을 포함한 투자 컨소시엄에 회사를 매각하고, 비상장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는 총액 525억 달러(약 73조 5천억 원)에 달하며, 레버리지 바이아웃 방식으로는 월가 역사상 최대 규모로 꼽힌다.
EA의 인수를 주도한 컨소시엄은 사우디 국부펀드(PIF)를 중심으로 실버레이크와 어피니티 파트너스로 구성됐다. 특히 PIF는 이미 EA의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번 계약을 통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실버레이크는 테크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사모펀드로, 최근 틱톡 미국법인 인수에도 참여한 바 있으며, 어피니티 파트너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설립한 투자회사로 알려져 있다.
EA는 ‘배틀필드’와 ‘피파(FIFA)’, ‘매든 NFL’ 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게임 시리즈를 보유한 회사다. 이번 계약에 따라 EA 주주는 종가 기준 주당 25%의 프리미엄이 반영된 210달러에 주식을 처분할 수 있게 되며, 이는 비상장 전환에 앞서 주주를 설득하기 위한 조건으로 보인다. 현재 CEO인 앤드루 윌슨은 비상장 후에도 경영을 계속 맡을 예정이다.
레버리지 바이아웃(LBO)은 인수자가 피인수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위험 부담이 큰 대신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 거래 전까지는 2007년 KKR과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전력업체 TXU를 약 320억 달러에 인수한 사례가 최대 규모였다.
이처럼 국부펀드를 적극 활용한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외 투자 확장은 비단 자산 다변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향후 다른 대형 콘텐츠 기업 인수 시도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EA의 비상장 전환도, 시장의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장기적 사업 전략을 펼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