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채권 시장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본격 전환한다. 홍콩통화청(HKMA)이 토큰화 채권의 발행·결제를 상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올해 하반기 내놓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토큰화 허브들과도 연결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초기 실험을 넘어 ‘상설 시장 인프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미다.
26일(현지시간) 폴 찬(Paul Chan) 홍콩 재무장관은 2026/2027 회계연도 예산 연설에서 “홍콩통화청 산하 CMU 옴니클리어(CMU OmniClear) 홀딩스가 토큰화 채권의 발행과 결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구축한다”며 “역내 토큰화 플랫폼과의 연계를 명확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디지털 섬’ 문제를 피하겠다는 데 있다. 각국이 토큰화 실증사업을 늘렸지만, 플랫폼이 제각각인 탓에 유동성이 국내에 갇히고 크로스보더 거래가 막히는 사례가 많았다. 홍콩은 외부 플랫폼과의 연결을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제로 두고, 아시아 채권 유동성을 한데 모으는 구상에 힘을 실었다.
파일럿에서 상시 인프라로…‘CMU’에 결제 기능을 넣는다
이번 플랫폼은 홍콩통화청이 그간 운영해온 실험 성격의 ‘프로젝트 앙상블(Project Ensemble)’을 상용 환경으로 옮기는 성격이 짙다. 프로젝트 앙상블은 프랭클린템플턴(Franklin Templeton) 등 대형 자산운용사가 토큰화 자산을 발행하는 데 활용되며 성과를 냈지만, 예산 연설에서 확인된 방향은 ‘샌드박스’가 아니라 ‘본선’이다.
홍콩은 2025년 말까지 ‘그린본드’ 등 토큰화 채권을 누적 100억달러(약 14조2080억원) 규모로 발행하며 관심을 끌었다. 다만 발행 이후의 결제·사후처리(포스트 트레이드) 단계에서 남는 마찰비용을 줄이려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표준화된 결제 레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결제 기능을 중앙자금시장단위(CMU) 내에 두겠다는 점이 기관 투자자에게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법적 확실성과 운영 안정성을 확보해 ‘토큰화 채권’을 정부 실험이 아닌 제도권 상품으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홍콩통화청은 지난 분기 발행된 12억8000만달러(약 1조8187억원) 규모의 3차 토큰화 채권을 넘어, 향후 다양한 디지털 자산 결제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향후에도 토큰화 채권을 ‘정기적으로’ 발행해 유동성을 지속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플랫폼이 만들어져도 거래가 없으면 효용이 떨어지는 만큼, 발행을 통해 초기 시장 유동성을 ‘펌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역내 연결과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결제 레일을 함께 깐다
홍콩의 행보는 온체인 금리(채권형 수익) 수요가 커지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분석가들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토큰화 미국 국채 수요를 ‘1조달러’ 규모로 키우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홍콩은 역내 허브와의 연계를 통해 아시아 채권 시장에서도 유사한 자금 흐름을 포착하겠다는 계산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결제 수단을 넘어, 토큰화 채권이 실시간에 가깝게 결제되도록 돕는 핵심 부품이다. 폴 찬 장관은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fiat-referenced stablecoin’) 라이선스가 3월부터 발급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디 위(Eddie Yue) 홍콩통화청 총재가 앞서 예고한 일정과도 일치한다.
다만 라이선스는 제한적으로 발급될 가능성이 크다. 위 총재는 준비자산(담보) 건전성과 자금세탁방지(AML) 통제 수준을 엄격히 보고, 투기 거래보다는 ‘실물 상거래에 도움이 되는지’ 같은 상업적 효용이 확인되는 사례를 우선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3월 발급 규모도 “매우 소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남은 과제는 상호운용성…싱가포르·일본과 규제 표준이 갈림길
관건은 ‘상호운용성’이다. 홍콩통화청이 “역내 플랫폼과 연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싱가포르와 일본 등은 규제 체계와 시장 관행이 달라 실제 연결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준이 통일되지 않으면 토큰화 채권 유동성은 다시 국내 ‘사일로’에 갇히고, 토큰화 자산의 효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홍콩이 플랫폼 구축과 함께 OECD의 ‘암호자산 보고 프레임워크(CARF)’ 도입을 병행하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기관 자금은 과세·보고 체계가 명확해야 본격 유입되는 경향이 강해, 세금 투명성 확보가 토큰화 채권의 제도권 확장에 ‘필수 조건’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CMU 옴니클리어 플랫폼이 중국 본토 결제 시스템, 싱가포르의 프로젝트 가디언(Project Guardian) 등과 어느 수준까지 연동될지를 향후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연결에 성공하면 홍콩은 아시아의 ‘크립토-금융 게이트웨이’ 입지를 한층 굳힐 수 있지만, 반대로 고립될 경우 100억달러 파일럿이 만든 기대만큼 거래량이 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 시장의 1차 확인 지점은 2026년 하반기, 새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는 첫 ‘규제 준수’ 상업 발행이 될 전망이다.
◆ "토큰화 채권 ‘상설 인프라’ 시대… 수익보다 먼저 봐야 할 건 ‘결제·규제·상호운용성’"
홍콩이 토큰화 채권을 파일럿이 아닌 ‘상시 시장 인프라’로 끌어올리면서, 이제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도 바뀌고 있습니다. “어디서 더 높은 금리가 나오나?”가 아니라, “그 금리 상품이 어떤 구조로 발행·결제되고, 어떤 규제 레일 위에서 돌아가나?”를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CMU 기반 결제 레일, 역내 플랫폼 연계(상호운용성),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준비자산·AML)처럼 제도권 금융의 핵심 요소들이 온체인으로 이식되는 국면에서는, 구조를 모르면 ‘좋아 보이는 수익’이 리스크가 되기 쉽습니다.
◆ “토큰화 채권·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 구조를 읽는 실력” 토큰포스트 아카데미에서
이처럼 전통 채권시장과 블록체인이 결합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투자자는 토큰(코인)뿐 아니라 토크노믹스·온체인 데이터·리스크 관리·매크로 사이클까지 한 번에 꿰뚫는 ‘실전형 기준’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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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해석
- 홍콩은 토큰화 채권을 ‘파일럿’이 아닌 ‘상설 시장 인프라’로 격상시키며, 발행·결제·사후처리까지 이어지는 제도권 레일을 CMU(중앙자금시장단위) 중심으로 구축하려는 흐름입니다.
- 여러 국가의 토큰화 실험이 플랫폼 파편화로 유동성이 ‘디지털 섬’에 갇힌 문제를 겪자, 홍콩은 처음부터 역내 허브와의 연결(크로스보더)을 전제로 설계해 아시아 채권 유동성 허브를 노립니다.
- 스테이블코인(법정통화 연동)이 단순 송금이 아니라 ‘실시간에 가까운 결제’를 가능케 하는 결제 부품으로 자리하며, 온체인 금리 수요 확대와 맞물려 토큰화 채권 시장 확대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 전략 포인트
- 기관 투자자 관점: CMU 내 결제 기능 탑재는 법적 확실성·운영 안정성을 높여, 토큰화 채권을 ‘실험 상품’이 아니라 투자 가능한 제도권 상품으로 인식시키는 신호입니다.
- 시장 확장 관점: 정부의 ‘정기적’ 토큰화 채권 발행은 플랫폼 구축 이후에도 거래를 발생시키는 초기 유동성 공급(마켓 메이킹 성격) 역할을 하며, 생태계 정착 속도를 좌우합니다.
- 리스크/체크포인트: 상호운용성 표준이 싱가포르·일본 등과 어긋나면 유동성은 다시 사일로에 갇힐 수 있어, 실제 연동 범위(중국 본토/Project Guardian 등)와 규제 합치가 성패를 가릅니다.
- 규제 인프라: OECD CARF 도입 병행은 ‘과세·보고’ 불확실성을 줄여 기관 자금 유입에 유리하지만, 보고/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 용어정리
- 토큰화 채권: 채권을 블록체인 상의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유통·결제할 수 있게 만든 채권.
- CMU(중앙자금시장단위): 홍콩의 채권 결제·보관 등 인프라를 담당하는 핵심 시장 설비(제도권 결제 레일).
- 포스트 트레이드(사후처리): 거래 체결 이후 결제, 소유권 이전, 기록/대사 등 후속 절차 전반.
- 상호운용성: 서로 다른 블록체인/플랫폼/규제 체계 간에도 자산 이전·결제가 원활히 되는 성질.
-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Fiat-referenced stablecoin): 달러·홍콩달러 등 법정통화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
- CARF(OECD 암호자산 보고 프레임워크): 암호자산 거래·보유 관련 정보를 과세 목적에 맞게 보고하도록 하는 국제 공조 기준.
💡 자주 묻는 질문 (FAQ)
Q.
토큰화 채권 플랫폼이 ‘상설 인프라’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시범사업(파일럿)처럼 특정 건만 실험하는 것이 아니라, 채권의 발행·결제·사후처리를 상시로 처리하는 표준 레일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특히 CMU 같은 제도권 결제 인프라 안에 기능이 들어가면 운영 안정성과 법적 확실성이 커져 기관 투자자 참여가 쉬워집니다.
Q.
홍콩이 말하는 ‘디지털 섬’ 문제는 왜 생기고, 왜 중요한가요?
나라·기관별로 토큰화 플랫폼이 따로 구축되면 표준이 달라 서로 연결이 어렵고, 유동성이 한 시장 안에만 머무를 수 있습니다. 홍콩은 역내 토큰화 허브와의 연계를 전제로 설계해 크로스보더 거래를 열고, 아시아 채권 유동성을 모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Q.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는 토큰화 채권 시장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을 줄인 디지털 자산이라 결제 수단으로 쓰기 유리합니다. 토큰화 채권의 결제를 ‘실시간에 가깝게’ 처리하려면 안정적인 결제 자산이 필요해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부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홍콩은 담보 건전성, AML(자금세탁방지) 등을 엄격히 보고 소수만 라이선스를 내줄 가능성이 커, 실제 발급 범위와 사용처가 초기 확산 속도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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