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재무부가 비트코인(BTC) 등 '디지털 자산'과 지식재산권을 중소기업과 가계사업자의 은행 대출 담보로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담보 부족에 막혀 있던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 길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베트남뉴스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중소기업 지원법' 개정 초안에 포함됐으며, 현재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초안에는 미래에 형성될 자산, 재산권, 무형자산, 디지털·가상자산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베트남에서 중소기업과 가계사업자는 전체 기업의 98% 이상을 차지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출 잔액은 전체 은행 신용의 약 20%에 그친다. 재무부는 낮은 담보 적격성, 부족한 재무 투명성, 영세한 자본 규모가 자금 공급의 불균형을 키웠다고 봤다.
특히 소프트웨어, 특허, 지식재산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을 보유한 스타트업은 많지만, 토지나 유형자산이 없어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이런 기업들이 공식 금융권에서 배제되던 구조를 바꾸는 신호로 읽힌다.
‘사업계획’ 중심 대출로 전환…친환경 기업 지원도 포함
이번 초안은 은행이 고정자산만 보지 말고 신용등급, 사업계획, 현금흐름, 시장성 등을 바탕으로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점도 특징이다. 담보 중심에서 실적과 성장성을 보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제조업과 스타트업뿐 아니라 친환경·지속가능 기업에 대한 지원도 담겼다. 순환경제와 에너지 절감 프로젝트에는 신용보증, 저리 자금, 이자 지원을 제공하고, 세제 혜택과 ESG 공시 지원도 포함됐다. 자금 조달과 규제 대응을 동시에 돕겠다는 취지다.
베트남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커지는 '가상자산'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체이널리시스의 2025년 글로벌 크립토 채택지수에서 인도, 미국, 파키스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규제 정비와 금융 인프라 개편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제도권 편입 속도에도 관심이 모인다.
베트남은 올해 3분기 안에 규제된 암호화폐 시장을 출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응우옌 득 치 재무차관은 최근 포럼에서 첫 제도권 '크립토' 시장이 이르면 2026년 3분기에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는 국내 거래 플랫폼에 대한 인허가 경로도 열렸고, 테콤뱅크와 VP뱅크, LP뱅크 계열사를 포함한 5곳이 초기 자격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담보 규제 완화는 단순한 대출 제도 조정이 아니라, 베트남이 '디지털 자산'과 혁신기업을 금융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제도권 크립토 시장 개방과 맞물릴 경우, 현지 스타트업과 기술기업의 자금 조달 환경은 한층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