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있어 창업 여정은 대개 고무적이면서도 고도의 인내력과 리스크를 요구하는 여정이다. 상당수 창업자는 오랜 기간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매진하지만 금전적 보상을 받기까지는 IPO나 기업 매각과 같은 ‘엑시트’가 이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같은 엑시트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공개는 갈수록 희귀해지고 인수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처럼 긴 여정 가운데에도 현실 세계의 생계와 가족, 주택담보대출 등의 책임은 그대로 이어진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세컨더리 거래’다. 창업자가 회사 지분 일부를 외부 투자자에게 파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새로운 자금 조달 라운드와 맞물려 이뤄진다. 이는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적 가시화 이전에도 일정 부분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방안으로 작용한다.
브라운 러드닉(Brown Rudnick)의 자레드 소린 변호사에 따르면, 세컨더리 거래는 신중하게 구조화될 경우 창업자와 투자자 간 이해를 정렬하고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거래가 단순히 완료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대부분의 스타트업에는 창업자가 자유롭게 주식을 매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 존재한다. 회사 정관, 주식 매매 계약, 투자자 간 계약 등에는 회사 이사회 및 기존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요하는 우선매수권과 공동매도권 조항이 들어있으며,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회사 거버넌스와 이해관계인의 조화를 위한 핵심 장치다.
또한 해당 지분을 매입하려는 이가 내부 투자자가 아니라 신규 투자자라면 그에 따른 실사 과정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가 회사의 비공개 주요 정보를 과도하게 공개할 경우, 미국 증권법상 예외 규정을 위배하거나 나아가 시장 및 경쟁사에 불필요한 리스크를 노출할 수 있다.
세금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창업자가 ‘적격 소기업 주식(QSBS)’을 매각하거나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이를 둘러싼 세무 이슈가 당사자뿐 아니라 회사와 투자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1933년 증권법 701조’나 IRS의 ‘409A 규정’과 같이 스타트업에 필수적인 규제 환경도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
이 같은 법률과 세무 리스크 외에도 세컨더리 거래는 임직원과 후속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창업자 지분 매각 시점과 규모가 적절하지 않다면 오히려 회사를 떠날 준비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자레드 소린은 연내 주요 성과 지표 달성 시점이나 신규 자금 유치 후에 일정 비율(예: 5~10%) 수준에서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이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투자자들은 창업자 세컨더리 거래에 대해 전보다 관대해진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현금화’보다 ‘장기 헌신 유도’라는 선명한 의도가 통할 때 더욱 그렇다. 팀 안팎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창업자가 그대로 회사를 위해 잔류할 것이란 신뢰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
결국 세컨더리 거래는 출구 전략이 아니라 경로 중 하나다. 의도와 시점, 정책적 고려 요소가 충분히 갖춰졌을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스타트업의 성장구조로 기능할 수 있다. 재무적 압박을 줄인 창업자는 오히려 더욱 명확한 판단력과 추진력을 갖추게 되며, 이는 투자자와 직원 모두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한다.
장기적인 가치 창출은 시간과 자원, 집중력의 함수다. 창업자가 세컨더리 거래를 통해 한시적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끝까지 회사를 끌고 갈 수 있는 체력 또한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