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매도'에도 비트코인은 끄떡없다…카이코, 시장 유동성·기관 수요가 핵심

카이코 리서치(Kaiko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8만 비트코인(BTC), 약 90억 달러 규모의 기록적인 매도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시장이 이를 성공적으로 흡수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강화된 시장 유동성과 개선된 거래 구조가 고래 매도에도 불구하고 BTC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은 최근 8만 BTC를 장외거래 방식으로 처분했다. 해당 물량은 초기 비트코인 채굴자가 오랜 기간 보유해 온 비트코인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움직인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처럼 대규모 매도에도 불구하고 시장 가격은 큰 충격 없이 흡수됐다. 특히, 카이코 리서치는 장기 보유자인 초기 채굴자들의 매도가 현실화됐음에도, 시장이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이는 시장 구조가 성숙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BTC의 유동성은 최근 1% 시장 깊이 기준으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소 기반 가격 반응성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는 기관 투자 확대, ETF 유입, 기업 재무 자산으로의 BTC 구매 증가 등 다양한 변수와 맞물려 있다. 5월 이후 98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암호화폐 구매를 위해 총 9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유치를 했거나 계획 중이다. 블랙록(BlackRock)의 IBIT ETF는 수십억 달러의 신규 자금 유입을 유도했으며, 이들 기관 투자자들은 새로운 매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유동성 바닥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강세장을 유지하기 위한 요건이 앞으로도 충족될지는 미지수다. 거래소 전반의 거래량은 여전히 2024년 4분기 정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매 투자자 유입도 저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현재의 기관 수요가 유지되거나 소매 투자자의 복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특히 8월은 계절적 요인과 더불어 거시경제 변수가 중첩되면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카이코 리서치는 8월 BTC 시장의 약세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과거 8월 첫 주 미국 연준(Fed)과 일본은행(BOJ)의 금리 관련 발표가 시장을 뒤흔들며 큰 폭의 가격 조정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8월 만기 옵션 계약에서 내재 변동성 스큐가 약세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에서 통합 또는 하방 압력에 대비한 헷지 전략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미-중 간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의 일부 해제와 같은 무역 회담 진전은 AI 테마 암호화폐 회복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AI 관련 알트코인들은 해당 이슈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으나, 거래량 회복과 감정 개선이 동반되면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카이코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40% 이상 하락했던 AI 관련 프로젝트들이 관련 뉴스에 따라 반등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 테마 자산의 반등은 위험 자산 회복 시나리오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카이코는 현재 비트코인 시장이 일부 대규모 매도와 잠재적 거시 변수에도 불구하고 높은 유동성과 맞물려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8월에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BTC와 AI 테마 자산 모두, 기관 수요 유지 여부와 외부 정책 변화의 향방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