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Tiger Research)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기반 탈중앙화 금융(BTCFi)이 선택이 아닌 필연적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인 보유자의 유휴 자본 활용, 기관 자금의 유입, 금융 인프라 성숙, 기술 스택의 진화 등을 근거로 BTCFi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은 1조 달러 이상의 자산 규모를 보유하면서도 대부분이 소극적인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 중 약 99%가 이자 수익이나 네트워크 수수료 없이 지갑에 보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1,40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콜드월렛이나 장기 보관 상태로 유휴화되어 있으며, 이는 타이거리서치 보고서는 물론 글래스노드(Glassnode) 등 온체인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더리움(ETH)의 경우와 대조된다. ETH는 스테이킹과 디파이 유동성 공급을 통해 활발히 순환되며 온체인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1,420만 ETH(약 350억 달러)가 리퀴드 스테이킹 프로토콜에 예치되어 있으며, 이는 ETH를 단순 보유 자산에서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환한 주요 사례다.
BTCFi는 비트코인을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분석에 따르면, BTCFi는 비트코인을 대출, 스테이킹, 보험, 스마트 계약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연계해 ‘수동적 자산’을 ‘생산적 자산’으로 탈바꿈시킨다. 타이거리서치에 따르면 이러한 움직임은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기존 디파이에서 확인된 자본 효율성을 BTC에서도 실현하려는 흐름으로 간주된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가 BTCFi 확산의 핵심 촉매로 작용 중이다.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며 BTC는 주요 기관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됐다. 그 결과, 전통 금융의 ‘유휴 자본 없음’ 원칙이 암호화폐 자산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는 기관들이 BTC를 담보 대출, 스테이킹, 구조화 상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연 수익률 3~5% 수준이더라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운용되는 자금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BTCFi 인프라도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피델리티 디지털 자산,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같은 규제 기반 커스터디 회사들은 기관 투자를 지원하는 유동성 토큰을 발행하고 있으며, 바운스비트의 BBTC와 같은 리퀴드 커스터디 토큰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BTCD ETP가 후행 사례로 등장, 약 5.6%의 연간 수익률을 지급하며 시장의 현실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한 BTCFi 생태계는 자산 구조화, 스테이킹 통합, 비트코인 기반 보험 등 새로운 금융 상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바운스비트 프라임은 비트코인과 미국 국채를 통합한 이중 수익 모델을 통해, 월스트리트를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수익률 상품을 제안한다. 샛레이어(SatLayer)는 네이티브 BTC 수익을 재스테이킹해 보험 상품에 참여시키는 구조로, BTC 기반 보험 시장 확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비트코인은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키우며 BTCFi 시대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2021년 탭루트 업그레이드를 시작으로, BitVM 개념 도입, 비트코인 L2 생태계 등장 등 다양한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 스택스(Stacks), 루트스톡(RSK), BOB 등은 스마트 계약 기반 디파이 애플리케이션이 비트코인 위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으며, 바빌론, 멀린 등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TVL을 확보하며 BTCFi 프로토콜로 도약했다.
이와 함께 사용자 수요도 명확해지고 있다. 2023년 오디널스, BRC-20 토큰, NFT 등의 온체인 활동이 폭증하며, 비트코인의 블록 공간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BTCFi를 지탱할 준비된 수요층과 기능성 토큰이 함께 성장 중이다.
BTCFi의 전개 과정은 브릿지 또는 커스터디를 통한 자산 래핑, 디파이 프로토콜 참여, 수익률 생성, 포지션 종료의 전체 사이클로 구성된다. 이 과정은 리스크 관리와 수익 창출을 동시에 고려하며, 차입자-대출자 간의 스프레드, 유동성 수수료, staking 기반 수익, 커스터디 수수료, 구조화 상품 수익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토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궁극적으로 BTCFi는 단순히 비트코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 암호화폐 생태계의 수익률 벤치마크 자산으로 자리 잡게 하며, 미국 국채가 전통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되었듯 암호화 자본 시장의 기반층이 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러한 전환이 이미 진행 중이며, 향후 몇 년 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