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해킹해 3억 달러(약 4,170억 원) 이상을 탈취했던 해커가 이번에는 이더리움(ETH)을 주요 표적으로 삼았다. 블록체인 보안 플랫폼 아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해당 해커는 최근 3,976 ETH를 추가 매수했으며, 이는 당시 시세 기준 약 1,800만 달러(약 25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다.
이번 이더리움 매집은 오랜 시간 정적이었던 해커 지갑 주소(0x15f4...879)에서 발생해 눈길을 끈다. 이 지갑은 지난 5월 발생한 코인베이스 해킹 사고 이후 감시 대상이 됐으며, 당시 약 7만 명에 달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커는 해외 고객지원 인력을 매수하고 사회공학 기법을 활용해 피해자 계정을 탈취한 뒤 자금을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코인베이스 측은 범인을 잡기 위한 정보에 최대 2,000만 달러(약 278억 원)의 보상금을 걸기도 했다.
해커 지갑의 최근 움직임은 단순 매매를 넘어 이더리움의 가격 반등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ETH는 일주일 동안 약 9.7% 상승하면서 4,200~4,400달러(약 584만~611만 원) 박스권을 돌파했고, 현재는 4,717.87달러(약 656만 원) 선에서 거래 중이다. 시가총액은 5,694억 달러(약 791조 원), 일일 거래량은 430억 달러(약 60조 원)를 넘어서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술 지표 역시 긍정적이다. 단기 추세를 반영하는 50일 지수이동평균선(EMA)이 4,209달러(약 585만 원)에서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장기선인 100일·200일 EMA가 각각 3,682달러(약 512만 원), 3,249달러(약 452만 원)로 크게 하회하고 있어 상승 추세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점 부근에서 매수세가 살아 있고, 오픈 이자(Open Interest) 또한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관망보다는 진입 움직임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더리움의 이 같은 흐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유명 암호화폐 트레이더 바이잔틴 제너럴(Byzantine General)은 최근 차트를 통해 “불장이 시작되기 직전의 ‘괴물 캔들(monster candle)’이 발동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ETH의 대대적 상승을 예고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해커의 움직임이 단순 자산 이동이 아닌, 시장의 향후 흐름을 엿보는 지표적 시그널일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불법적으로 확보한 자금이지만 확신에 찬 포지션이라면 이는 곧 시장 전반에 대한 심리적 전환점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