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C 2025 현장에서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전환이 디지털 자산 산업의 성장 국면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컨퍼런스 'UDC 2025'에서는 '디지털 자산 황금기의 미국 정책'을 주제로 패널 토론이 열렸다.
좌장은 양영은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이자 KBS 기자가 맡았으며, 케빈 바테 델타 스트래티지 그룹 파트너, 산드라 로 글로벌 블록체인 비즈니스 협의회 대표, 트리시 터너 크립토택스걸 세금 디렉터 겸 에셋 리얼리티 공공부문 부사장이 패널로 나섰다.
정부 태도 급변,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케빈 바테 파트너는 "현재 행정부는 암호화폐에 유례없이 우호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기관을 중앙집중적으로 관리해 관련 정책을 신속히 집행했고, 이는 업계에 큰 호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디지털 자산 산업은 가장 뜨겁고 밝은 시기를 맞고 있으며 이 모멘텀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악성 행위자를 최대한 배제하고 제재해야 하고 더 큰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계가 줄곧 상식적이고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규정을 원해왔고 지금 실제로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상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과 같은 시장 구조 법안이 기초를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드라 로 대표도 "1년 전만 해도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을 것"이라면서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벌써 여러 차례 정부 접촉 기회가 있었다면서 "백악관을 비롯한 모든 정부기관이 디지털 자산을 열린 태도로 논의하고 있고 범정부 차원의 전략까지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시 터너 부사장은 "지난 1년간 공공·규제 부문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며 "부정적인 업계 사건사고 이후 민관 협력의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혁신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정권 교체 시 업계 발전이 후퇴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케빈 바테는 "정권 교체가 있더라도 이미 금융시스템에 자리잡은 암호화폐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정치권 내 반(反)암호화폐 기류는 많이 약화됐고 이제는 오히려 반대가 부담이 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은 역사적인 의미를 남겼다"며 "대선 캠페인에서 암호화폐 업계가 상당한 자금력을 발휘했고, 이제 정치권에서도 암호화폐를 반대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미 금융시스템에 정착한 암호화폐를 후퇴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드라 로 대표 역시 "시장 규모와 영향력이 커져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불법적인 상황을 방어할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선의의 주체들을 보호하면서 혁신을 이뤄가고 있는 만큼 규제·사법 당국도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극단적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은 과제는 세제·규제 명확성
산드라 로 대표는 "유럽은 미카(MiCA)를 통과시켰고 미국은 늦게 출발했지만 빠르게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적·산업적·규제적 관점에 따라 각국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지만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이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며 "모든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해 작성한 정부 보고서는 다음 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다만 남은 과제가 있다면서 "지니어스 법이 공식 법률이 됐지만 실제로 이러한 법이 도입되는 절차가 남아 있고, 종목 분류, 관할 기관 지정 등 더 중요한 인프라 관련 법안이 남아 있다"며 "연내 처리되거나 다음 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 있는데 공화당 다수당 체제가 끝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트리시 터너 부사장은 업계의 남은 과제로 브로커 보고, 거래소와 관련된 과세 규정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파이 관련 규제도 미뤄지고 있지만 2028년 이후 본격적인 적용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터너 부사장은 우선과제를 논의할 때 여러 기관의 입장을 일치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2014년 처음 국세청 규정이 마련된 이후 오랜 기간 기관 간 불일치가 계속됐다"며 암호화폐 파생 현상들이 일시적인지, 지속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규제 당국이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결국 규정이 뒤늦게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규제 도입은 항상 산업보다 늦게 따라붙는 양상을 보여 왔다"며 "따라서 명확성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세금 신고 의무화뿐 아니라 모든 납세자에게 관련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며 "현재도 규제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부터 부동산·실물자산까지, 확장되는 활용 사례
패널 토론에서는 암호화폐 확장에 따른 다양한 전망과 활용 사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타국 금융주권을 해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케빈 바테 파트너는 "미국 입장에서는 달러 수출의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고, 달러가 시스템을 통과하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만큼 달러에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타국 금융주권 약화에 대해서는 "도입 방식에 달려 있다"며 "다른 나라에 어떻게 적용되고, 각국이 얼마나 허용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드라 로 대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목적에 따라 사회적 효용을 준다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며 "특히 조선업과 같은 한국의 주력 산업에서 국가 간 결제에 활용된다면 매우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현장에서 부동산 토큰화 사례를 묻는 질문에 산드라 로 대표는 "아직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며 업계 확장을 막는 규제 허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다양한 금융 자산을 넘어 주거·상업 부동산 시장까지 토큰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고 결국 몇 년 내 현실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케빈 바테 파트너는 "현재 부동산 토큰화는 증권으로 간주돼 증권처럼 거래될 수 있다"며 토큰화를 통한 편의보다 증권 간주로 인한 규제상 번거로움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수탁, 공시 등 관련 인프라가 점차 갖춰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산드라 로는 "아직 블록체인이 활용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의료, 농업, 에너지 등 100건이 넘는 실제 사례가 존재한다”며 “이를 책으로 엮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