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실물 자산 토큰화(RWA) 시장이 앞으로 단일 체인 패권 구조가 아닌 기능 중심의 역할 분업 구조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암호화폐 벤처캐피털 드래곤플라이(Dragonfly)의 파트너 롭 해딕(Rob Hadick)은 최근 분석에서 “RWA 시장은 이더리움이 가치 저장과 결제를, 솔라나는 거래 실행 환경을 맡는 다중 블록체인 협업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자산 토큰화는 채권, 부동산, 주식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전환해 거래하는 기술로,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실제 경제 구조와의 융합을 목표로 한다. 이 시장은 규모만으로도 기존의 DeFi, NFT보다 훨씬 크며, 예컨대 글로벌 채권 시장 규모는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을 압도할 정도다. 거래 처리 속도, 낮은 수수료, 보안성, 법적 요건 충족 등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요구하는 만큼, 하나의 블록체인이 이 모든 기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더리움은 이미 자산 토큰화 생태계에서 ‘금융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높은 보안성과 오랜 기간 구축된 신뢰도는 대형 기관의 자산 보관 및 결제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적합하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대부분이 이더리움에서 발행되고 있으며, 이는 토큰화된 자산 거래의 기초 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정부 및 기업 채권, 장기 보관이 필요한 고가치 금융상품 등 안정성과 불변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이더리움의 역할은 더욱 부각된다.
반면 솔라나는 빠른 거래 처리 속도와 낮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2차 시장에서 거래를 활성화하는 실행 플랫폼 역할에 강점을 가진다. 롭 해딕은 “토큰화된 자산의 활발한 매매가 생태계 활성화의 핵심인데, 솔라나는 소액 투자자 위주의 빈번한 거래처리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쉽고 빠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점 역시 소매 투자자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MEXC Ventures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구조는 다수 블록체인이 공존하며 각자의 기술적 특장점에 따라 특정 기능을 전담하는 효율적인 분업체계로 진화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자산의 안전한 기록과 저장을, 솔라나는 거래 효율성과 유동성을 각각 담당하는 구도다. 이는 기술 중심의 경쟁에서 실제 금융 시스템 중심의 협업 구조로 시장이 성숙하고 있다는 신호다.
결국 RWA 시장은 ‘승자독식’보다는 기능별 전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입하고 있다. 과연 어떤 블록체인이 어떤 기능을 맡아 생태계를 이끌어갈 것인가. 그리고 이러한 분업 구조가 실물 경제와의 접점에서 얼만큼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