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WEF를 향해 "선출되지 않은 세계 정부"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던 그가 래리 핑크 블랙록(BlackRock) 회장과 마주 앉은 장면은 그 자체로 이변이었다.
이날 대담은 머스크의 과거 독설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그는 AI와 로봇, 우주 산업을 아우르는 거대한 기술 청사진을 제시했다.
"가기 싫다"던 다보스에 선 머스크... 과거 발언 재조명
머스크의 이번 참석이 화제가 된 것은 그가 수년간 WEF를 향해 보여온 노골적인 반감 때문이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리스트들의 어젠다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신을 '인류 우선주의(Pro-humanity)'이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지지자로 규정해왔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2023년 1월, WEF를 두고 "국민이 요청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선출되지 않은 세계 정부(Unelected world government)가 되어가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그의 비판은 해를 거듭할수록 수위가 높아졌다.
2022년 12월: 다보스 초청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악마의 음모가 있어서가 아니라, 듣기만 해도 지루해 죽을 것 같아서(Boring af)"라고 조롱했다.
2023년 1월: "WEF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스스로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해서 놀리는 것을 참기가 힘들다"고 비꼬았다.
2024년 1월: WEF가 '가짜 뉴스'를 위험 요소로 꼽자, "WEF가 말하는 '가짜 뉴스(Misinformation)'란 그들의 어젠다와 충돌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2025년 2월: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 내역이 공개되자 "왜 미국 납세자의 돈이 WEF로 가는가? 이건 스위스에서 벌어지는 부유한 낭비(Wealthy boondoggle)"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WEF를 '엘리트들의 사교 모임'으로 치부하던 그가 직접 무대에 오른 것은 기술적 비전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구 전력망은 한계... AI 칩, 우주로 보낸다"
정치적 논쟁을 배제한 채 진행된 대담에서 머스크는 '전력(Power)'을 AI 산업의 핵심 화두로 던졌다. 그는 "곧 생산되는 칩의 양이 가동 가능한 전력량을 초과하게 될 것"이라며 "전력 공급이 AI 발전의 병목(Bottleneck)"이라고 진단했다.
머스크가 제시한 해법은 '우주'다. 그는 스페이스X가 수년 내(within a few years) 태양광으로 구동되는 AI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 데이터센터: 24시간 태양광 발전과 자연 냉각 시스템을 갖춘 우주 공간이 AI 구동의 최저 비용 솔루션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타임라인: 이르면 2년 내 궤도상 데이터센터가 가동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상 솔루션: 지구상에서는 가로세로 100마일 규모의 태양광 패널이면 미국 전체 전력을 감당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패널 생산권이 중국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로봇이 경제 폭발 견인"... 옵티머스 2027년 판매
로봇과 우주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공유됐다.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구수를 넘어서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이는 노동력의 한계를 없애 세계 경제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슬라 옵티머스: 현재 공장 내 단순 업무를 수행 중이며, 올 연말 복잡한 작업이 가능해지고 내년(2027년) 말 대중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이스X 스타십: 올해 안에 로켓의 '완전 재사용(Full Reusability)'을 입증할 것이며, 이는 우주 접근 비용을 현재의 100분의 1로 낮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현재 지구 저궤도(LEO)에는 약 9,0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이 돌고 있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아직 외계 우주선을 피하기 위해 회피 기동을 한 적은 없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대담은 래리 핑크 회장의 진행 하에 정치적 이슈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 없이 마무리됐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과거 '지루하다'고 평가했던 다보스의 분위기에 맞춰, 철저히 비즈니스와 기술 이야기에만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