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암호화폐 시장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평소라면 한산했을 주말 시장이 ‘케빈 워시(Kevin Warsh)’발(發) 공포에 휩싸이며 투매 장세로 돌변했다.
알고리즘 매매가 주도한 기습적인 매도세는 비트코인 가격을 지난 2024년 11월 수준인 7만 4,000달러(약 1억 200만 원) 선까지 끌어내렸다. 불과 지난주 10만 달러 돌파를 목전에 뒀던 비트코인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가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1일 코인글래스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암호화폐 선물 시장에서 강제 청산된 금액은 총 25억 2,000만 달러(약 3조 5,3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짧은 시간 동안 무려 40만 9,678명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당하며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 사태 당시의 충격을 넘어서는 수치다.

◇ ‘워시 쇼크’가 쏘아 올린 15억 달러 청산… ‘블랙 프라이데이’ 악몽 재현되나
이번 폭락의 방아쇠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는 케빈 워시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에 대한 공포였다. 시장은 워시가 취임 즉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에 실망한 매물이 쏟아지자, 타격은 고스란히 ‘레버리지(빚투)’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코인글래스 집계 결과, 불과 4시간 만에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선물 포지션이 강제 청산당했다. 대부분이 상승에 베팅했던 롱(Long) 포지션이었다. 이는 지난해 10월 10일, 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 당시 기록했던 190억 달러 청산 사태 이후 가장 큰 충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알고리즘이 불을 지르고, 과도한 레버리지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기록적인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 킹달러의 귀환? 트럼프 ‘크립토 제국’ 흔들
이번 사태는 비트코인이 철저히 외면받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달러 약세와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등 호재성 거시 경제 환경에서도 비트코인은 나홀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중앙은행들의 유동성 공급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유동성 확대 국면에서조차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는 자산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워시의 등판이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암호화폐 제국’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관론마저 제기된다.

◇ ‘큰손’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발등에 불… 세일러의 운명은?
시장의 눈은 이제 ‘비트코인 큰손’ 스트래티지(Strategy)와 마이클 세일러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비트코인이 한때 7만 5,000달러 선까지 밀리면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보유한 71만 2,600여 개의 비트코인 가치 보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이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7만 6,037달러다. 현재 시세가 이미 손익분기점을 하회하거나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월가(街)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7만 5,000달러 선을 다시 테스트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마이클 세일러가 강제적인 매도 압박, 즉 ‘마진콜’ 위기에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세일러 회장의 ‘다이아몬드 핸즈(강성 보유)’가 시험대에 오르며 시장의 공포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